우리는 쓰레기더미에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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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쓰레기더미에서 살 수 없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9.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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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성은미 사)평화의친구들 간사의 캄보디아에서 온 평화의 편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시내 지도를 보면 중심가로부터 남서쪽 끝에(시내 외곽지역) 쓰레기 매립지가 있다.


그리고 평화의친구들 캄보디아 평화센터는 이 쓰레기 매립지에서 300-400m 정도 더 남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과 현지 부자들은 주로 시내 중심가에 살고 있고 평화센터는 쓰레기 매립지를 중심으로 중심가와 반대편에 있는 것이다.


평화센터에서 생활하다보면 저녁이나 새벽에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나서 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꼭꼭 닫아두어야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대체 이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살펴보니 근처 매립지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 연기가 바람 결에 냄새를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 평화센터 위치가 매립지와 가까워서 냄새가 여기까지 퍼지는가 싶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시내 중심가에 사는 다른 외국인들도 저녁 때가 되면 쓰레기 냄새가 난다고 불평했다. 프놈펜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프놈펜 시내 전역에 가스가 퍼지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프놈펜의 쓰레기 매립지에 가 보면 쓰레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 산을 이루고 있다. 그곳에는 쓰레기에 의존해 사는 사람들이(여성, 아이들 포함) 1,000여 가구나 있다. 한 쪽에서는 버려진 것들 중 쓸 만한 것들을 골라내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고르고 남은 것들을 태우고 있다.


대부분의 쓰레기 종류가 플라스틱류, 비닐류, 일회용품들, 스티로폼 등으로 이것들을 태울 때 다이옥신이 다량 함유된 연기가 난다. 다이옥신은 단 1g으로도 1만여 명 이상의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맹독성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부자들이나 외국인들이 버린 쓰레기가 최극빈 층의 가난한 사람들을(자신들은 써 보지도 못한 것들로 인해) 병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쓰레기랑 한 가운데서 사는 사람들이 일차적 피해자이지만, 그 메케한 다이옥신 연기가 시내 전역에 퍼지는 걸 보면 결국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부메랑이 되어 그 칼끝이 우리 목을 겨누고 있는 셈이다. 즉,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잘 못 느끼고 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가 더러운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아서 외면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집만 깨끗하면 안전하다고 착각한다.


법구경에 이런 비유가 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어버린다'. 산업쓰레기는 우리 인간의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데 점점 지구의 공기, 땅, 물을 오염시켜 우리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할 것이다. 당장 내가 사는 동안은 괜찮을지라도 우리 아이들의, 내 아이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고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지구가 점점 쓰레기통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고 우리는 더 이상 쓰레기통에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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