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법신불 사은님 23, 최초법어와 법률 보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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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법신불 사은님 23, 최초법어와 법률 보은 1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10.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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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현성 교도와 함께하는 정전공부 39

정전 제3 수행편 제13장에는 대종사님께서 대각을 이루신 후 1916년 5월(음)경에 제자들에게 최초로 설한 법문인 최초 법어가 실려 있습니다. 영산성지 범현동 이씨재각에서 설하신 법문으로서 당시의 병든 사회상황을 관찰·진단하고 그 구제를 위한 방법을 제시하신 것입니다. 최초법어는 「수신의 요법」 4조, 「제가의 요법」 5조, 「강자약자의 진화상 요법」 2조,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 4조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불교 개교의 동기와 최초법어를 대조해 보면 원불교가 지향하고 있는 사회 변혁의 방법을 읽을 수 있습니다. 대종사님께서는 정전에서 밝히신 개교의 동기에서 과학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정신이 점점 물질의 노예가 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먼저 각자의 정신을 개벽하여야 하고 정신을 개벽함으로써 고통에 빠진 이 세상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 한다고 밝히셨습니다. 최초 법어에서는 앞에서 말씀 드린 <대학>의 삼강령 가운데 하나, ‘명명덕(明明德)’과 ‘명명덕’을 구체화한 여덟 항목 즉,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가 시대에 맞도록 새롭게 정리되어 담겨 있습니다.


개교의 동기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원불교는 각자의 정신개벽을 이룸으로써 물질의 노예 상태에서 고통에 빠진 이 세상을 광대 무량한 낙원으로 개혁하려는 혁신의 종교입니다. 그리고 대종사님께서는 대각을 이루시고 제자들에게 처음 설하신 법문의 첫머리에서 수신과 제가의 요법을 밝히셨고, 강자약자 진화상의 요법과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요법에서 치국과 평천하의 원리를 제시하셨습니다. 따라서 대종사님께서 제시하신 사회 혁신의 방법과 원리는 각자의 정신개벽이고 이는 곧 ‘수신’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회 변혁을 위한 수신의 요법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남을 탓하기 쉬운데, 우리는 안으로 눈을 돌려 스스로를 성찰함으로써 사회의 변혁을 이루어가야 할 것입니다. 자성의 근본 이치를 깨닫고 성품의 원리를 찾아 각자의 생활에서 활용하는 것이 곧 사회 변혁을 실천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대종사님께서 제시하신 수신의 요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시대를 따라 학업에 종사하여 모든 학문을 준비할 것, 둘째, 정신을 수양하여 분수 지키는 데 안정을 얻을 것이며, 희·로·애·락의 경우를 당하여도 정의를 잃지 아니할 것, 셋째, 일과 이치를 연구하여 허위와 사실을 분석하며 시비와 이해를 바르게 판단할 것, 넷째, 응용할 때에 취사하는 주의심을 놓지 아니하고 지행(知行)을 같이 할 것.


대종사님께서는 먼저 시대에 맞는 학업과 학문의 중요성을 말씀하셨고, 원불교 교리에는 배움과 가르침의 중요성, 지식과 학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수신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지식과 학문의 본질은 체계(system)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계의 결과는 곧 예측 가능성(expectable)으로 나타납니다. 지식을 갖추고 학문을 닦는다는 것은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지견을 기르기 위한 것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역사라는 하나의 체계를 이해함으로써 미래에 전개될 변화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고, 경제학이라는 학문도 경제, 즉 돈의 흐름을 이해함으로써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학문이란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눈을 기르기 위한 지식의 체계입니다.


그런데 과거의 학문이 음양오행의 원리로서 세상을 이해하는 추상적 지식체계였다면 물질이 개벽되는 시기에는 실험과 분석이라는 귀납적 원리로서 세상을 이해해야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대학>에서 밝히신 격물과 치지도 시대에 맞는 학업과 학문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대종사께서 시대에 맞는 학업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수신의 요법과 삼학 수행


그리고 정신수양을 통한 안분과 정의를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삼학의 첫 번째, 정신수양 과목과 직결되는 말씀입니다. 정신을 수양하지 않으면 지식도 쓸모없어지고, 학문도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내면에 ‘온전한 생각’인 ‘정신’이 깃들지 않았는데 어떻게 학문이라는 체계를 세워서 세상의 변화하는 흐름을 읽어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수신의 기본을 정신수양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음으로 ‘일과 이치를 연구하여 허위와 사실을 분석하며 시비와 이해를 바르게 판단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삼학의 두 번째, 사리연구 과목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허위와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어두워집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재’라고 합니다. ‘실재’에는 ‘허위’와 ‘진실’이 있습니다. A가 거짓말을 했을 경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실재’인 동시에 ‘진실’입니다. 그리고 그가 말한 거짓은 ‘허위’가 됩니다. 세상의 ‘실재’에는 ‘허위’와 ‘진실’이 모두 존재합니다. 대종사님께서는 스스로의 삶에서 ‘허위’와 ‘진실’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길러서 세상의 허위와 진실을 구별하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허위와 진실을 구별할 줄 모르는 사람은 항상 세상으로부터 속임을 당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대종사님께서는 응용할 때에 취사의 주의심과 지행합일(知行合一)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삼학의 세 번째 과목인 작업취사에 해당합니다. 수신의 본질을 요약하면 바로 삼학 수행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삼학 수행이 없다면 사회 변혁도 없다는 것이 바로 대종사님의 가르침입니다. 예수께서도 창녀인 막달라 마리아를 돌로 치죄하려는 사람들을 향해 ‘죄 없는 자, 이 여자를 돌로 치라’고 하셨습니다. 예타원 종사께서는 생사대도에서 “굳이 남에게 권하는 교화보다는 자기가 스스로를 열심히 교화하고 있으면 세상은 은연중 교화가 되는 것이다. 자기를 교화해서 정화할 수 있는 자정 능력(自淨能力)이 생기면 생수의 원천과 같아서 흐린 방죽을 맑히듯이 자연히 세상을 정화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대종사님께서 법률 보은 과목으로 제시하신 ‘수신의 법률’이란 바로 ‘시대에 맞는 학문 연마’와 ‘삼학 수행’인 것입니다. 시대에 맞는 학문 연마와 삼학 수행으로 허위와 진실을 구별하는 눈을 길러 지구촌의 사회 변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해 봅니다.


돈암교당/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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