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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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11.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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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덕천, 평화의친구들 이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옆집에 불이 났다. 그 집은 예전에 우리와 한 번 심하게 싸워서 마음에 앙금이 남아있지만, 원래는 친척집이라 다른 이웃과는 달리 각별한 사이이다. 그런데, 이 집에 불이 나서 위기에 처해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부터 해야 할까?


필자는 최근의 남과 북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상들을 이웃집, 그것도 친척인데 한 번 크게 싸워서 앙금이 남아있으나 최근 불이 나서(식량위기, 경제위기) 위기에 처한 옆집과의 사이에 일어나는 일로 비유하고 싶다.


자고로 농경생활을 했던 우리 민족은 이웃집에 불이나면 그 집이 원수 사이였더라도 온 동네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불을 꺼준다. 불을 끄는 이유는 첫째 이웃의 고통과 손실을 그냥 볼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 그 불을 끄지 않으면 우리 집에도 불이 붙어서 손실이 날 수 있고, 셋째 우리 집에 손실이 안날 정도로 간격이 떨어져 있다하더라도 그렇게 어려울 때 안도와주고는 다음에 농기구 하나라도 빌리러 갈 면목이 안서기 때문이다.


같은 민족인 북측은 외세에 의해 갈라져 전쟁까지 치르고 수십 년간 헤어져 살아왔지만 그래도 같은 핏줄로서 언젠가는 운명을 함께 해야 할 수천 년의 동족이다. 그런데, 옆집에 불이 났는데 그 집이 다 타도록 기다리는 것이 옳은가? 또 이 판에 지금 내말을 잘 들으면 불을 꺼줄까 하고 흥정하고 있어야 하는가? 벌써 친척도 아닌 먼 이웃집에서 물을 길어와서 불을 끄고 있는데,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이 이렇게 화를 돋구고 있으면 기본 양심이 있는 이웃으로서의 도리일까?


최근 2008년 들어서 대한민국 정부는 그 동안 북을 도와주거나 북과 함께 사업을 해왔던 공식통로인 통일부를 없애려는 시도부터 시작해서 지난 십년간의 남북관계를 하나하나 되짚어서 진행되고 있던 사업들을 중단시켜 왔다. 그런데 남과 북의 현황을 비교해보라. 년간 국민총생산이 남측이 9천5백억 달러, 북측이 400억 달러(2006년 미국 중앙정보국 발간 <월드팩트북>)로 북측의 약 24배, 군사비 지출에서 남측이 년간 210억달러(세계 8위), 북측 50억 달러로 북측의 5배인 남측이 북측을 도와준 지원액은 10년 동안 약 3조5천억원(조선일보 2008.9.17일자 기사에서 인용, 대한민국의 1년 동안 버리는 음식물쓰레기가 8조원어치라는 것과 비교해보자)인데, 최근 북에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나는 상황에서 (급한 불이 나서 사람이 죽는 상황에서) 지난 10년간의 남북관계를 차별화하여 되짚는 시비를 계속 걸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 이제 성난 옆집에서 그 동안 진행되고 있던 관계를 끊는다고 한다. 골이 나도 한참 났다. 정말이지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는 가정을 해보자. 북측도 손해이지만 남측은 수십 개 기업의 도산을 눈앞에서 보아야 하는데, 그러면 이제 다시 그런 공단을 시작하면 참여할 기업이 있기나 할까? 더 나아가서 가장 중요한 남북화해의 상징, 즉 평화의 상징을 잃은 나라에 다른 외국자본이 있으려고 할까?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남측도 10년 전 IMF 상황에 빠질 것 같아서 소름이 끼친다.


지난 10년 동안의 화해와 교류의 노력의 결실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딛고서서 북측과의 활발한 경제교류를 진행하여 우리로는 최근거리에 있는 블루오션, 즉 북녘으로의 무한한 투자와 산업진출, 자원개발의 신천지를 개척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21세기 재도약을 구가할 것을 꿈꾸었는데, 고작 1년도 안되어 그 꿈이 박살날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벌써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제불황이 먹구름처럼 우리의 하늘을 뒤덮었는데, 우리라고 불난 집이 안되란 법이 있을까? 그 때 우리는 이웃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그 바로 얼마 전까지도 북측정부에 적대적이었던 보수적인 기독교계에서조차 대북삐라작업을 중단하고 북과의 관계를 개선하라는 건의를 한 것을 보면서, 불이 난 옆집의 불은 끄지 않고 시비를 걸고 있는 우매함에서 하루빨리 깨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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