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땡큐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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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땡큐입니다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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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경철 교무, 서울교구 사무국장

연말을 맞아 사무국 업무를 정리하면서 예전에 교당에 근무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 여자 교무가 약간 비꼬는 말투로 “조교무는 완전 예스맨이야, 교감님 말씀에 한번도 No 하는 걸 못 봤어” 하기에 “나는 OK맨이지 Yes맨이 아닙니다” 라고 답하면서 Yes맨과 OK맨의 차이를 나 자신에게 설명해 보았습니다. “Yes맨은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 데로 하는 사람이고 OK맨은 시키는 데로 하지만 결국에는 상대방을 설득하여 본인의 뜻을 관철시키는 사람”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교구 사무국장으로서 교구 산하의 각 교당과 기관의 민원이나 요구사항을 가능한 한 소화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고, 교무님들과 교도님들의 부탁이나 요청도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하는 OK맨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무리한 부탁이나 부정당한 요청을 받을 때 No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거나 오히려 원칙과 규정의 잣대를 들이 대 매섭게 내리쳐야 할 경우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의 시간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어 이 고통을 겪어야 하나?” “지금 교당에 근무하고 있으면 이런 일도 안 당할텐데…” 하는 원망과 함께 회피하고 도망가려는 마음이 저를 더욱 더 힘들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한 생각, “어른의 뜻을 받들어 일을 처리하는 일개 사무국장의 애로가 이 정도인데 교구를 관장하시는 교구장님이나, 교단을 비롯해 시방세계 만생령을 감싸 안으셔야 할 종법사님의 고뇌는 얼마나 깊으실까?”


결국 나는 40대 중반에야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성장통을 앓았던 것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08년 한 해가 어깨 너머로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거나 도망가지 말고, 보다 강한 책임의식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기를 다짐하며 이 해를 떠나 보내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도 저처럼 성장통을 겪고 있다면 겨울바람에 날려 보내시고 보다 넓은 세상에 주인이 되어 신명나는 94년을 함께 만들어 가시지요!


교무님! 원기 94년에는 OK에 하나 더해 OK! 땡큐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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