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사무국 업무를 정리하면서 예전에 교당에 근무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 여자 교무가 약간 비꼬는 말투로 “조교무는 완전 예스맨이야, 교감님 말씀에 한번도 No 하는 걸 못 봤어” 하기에 “나는 OK맨이지 Yes맨이 아닙니다” 라고 답하면서 Yes맨과 OK맨의 차이를 나 자신에게 설명해 보았습니다. “Yes맨은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 데로 하는 사람이고 OK맨은 시키는 데로 하지만 결국에는 상대방을 설득하여 본인의 뜻을 관철시키는 사람”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교구 사무국장으로서 교구 산하의 각 교당과 기관의 민원이나 요구사항을 가능한 한 소화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고, 교무님들과 교도님들의 부탁이나 요청도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하는 OK맨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무리한 부탁이나 부정당한 요청을 받을 때 No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거나 오히려 원칙과 규정의 잣대를 들이 대 매섭게 내리쳐야 할 경우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의 시간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어 이 고통을 겪어야 하나?” “지금 교당에 근무하고 있으면 이런 일도 안 당할텐데…” 하는 원망과 함께 회피하고 도망가려는 마음이 저를 더욱 더 힘들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한 생각, “어른의 뜻을 받들어 일을 처리하는 일개 사무국장의 애로가 이 정도인데 교구를 관장하시는 교구장님이나, 교단을 비롯해 시방세계 만생령을 감싸 안으셔야 할 종법사님의 고뇌는 얼마나 깊으실까?”
결국 나는 40대 중반에야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성장통을 앓았던 것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08년 한 해가 어깨 너머로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거나 도망가지 말고, 보다 강한 책임의식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기를 다짐하며 이 해를 떠나 보내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도 저처럼 성장통을 겪고 있다면 겨울바람에 날려 보내시고 보다 넓은 세상에 주인이 되어 신명나는 94년을 함께 만들어 가시지요!
교무님! 원기 94년에는 OK에 하나 더해 OK! 땡큐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