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도우려 애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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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도우려 애쓰지 말고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1.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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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은미(사)평화의친구들 간사의 캄보디아에서 온 평화의 편지

날씨의 변화가 없는 곳, 캄보디아.


아니 변화가 있긴 하다. 5월부터 시작되는 우기와 11월부터 시작되는 건기, 그리고 11, 12월은 이곳의 겨울이다. 밤에는 기온이 20도 정도까지 내려가고 바람도 불어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제법 시원하다. 캄보디아 사람 중에는 추워서 얼어 죽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겨울이긴 한가보다.(물론 집 없이 길에서 사는 사람들 얘기다.)


한국은 연말연시가 되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가 많아진다. 그런데 요즘 경제위기, 외환위기 등으로 기부가 줄고 있다고 한다. 특히 외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은 환율 폭등으로 제때 운영자금이 오지 않거나 반으로 줄어서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곳도 많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몇 가지 소식을 접하다 보면 기부가 줄고 있다는 얘기가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진정한 도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기로 삼아보면 좋겠다.


얼마 전 캄보디아 정부와 유니세프의 발표에 따르면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메콩강 주변국가의 우물 수질검사를 한 결과 약 170만 명 정도의 인구가 비소중독 위기에 놓여있다고 한다(비소는 맛이나 냄새가 없고 수년동안 체내에 누적되어 있다가 증상을 보이는 물질로, 피부질환, 피부암의 위험을 갖고 있다). 물에서 비소를 제거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우선 캄보디아 당국은 오염된 우물을 빨갛게 칠해 빨래와 설거지만 할 것을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의 한 NGO 활동가는 “지난 90년대 많은 NGO들이 허술하게 계획을 세워 지방 주민들에게 우물을 파주곤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장기적인 계획과 교육이 없었고 대부분 단기 봉사 프로그램이었으며 누구도 비소 오염 가능성에 대해 교육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 어려운 이웃, 빈곤한 국가의 사람들을 돕고 싶어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유행처럼 해외봉사를 다니는 사람이 부쩍 늘기도 했다. 하지만 ‘봉사’라는 이름하에 저 우물 사업처럼 남을 해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특히 지리적 여건 때문에 일회성이 되기 쉬운 해외봉사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진정으로 돕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선 첫번째로는 마음만 앞서서 전후 살피지 않고 물질만 주는 도움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진 중에 못 먹어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고 곧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를 직접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먹을 것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수일동안 굶은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죽이는 행위이다.


아이가 언제부터 얼마나 못 먹고 지냈는지 알아야 적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듯이 물질로 도와주기 이전에 상대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는 장기적인 안목의 도움인지 살펴야 할 것이다.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가 넘어졌다고 일으켜 세워주는 일은 아이가 걷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당장은 도와주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누군가를 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일상생활의 반성없이 돕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할 것이다. 인도에서는 콜라 1리터를 만들기 위해 물 9리터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로인해 260여개의 주변우물이 고갈되었고 쌀 수확량이 10% 감소되었다고 한다. 해외봉사는 열심히 다니면서 갈증 난다고 콜라를 마시거나 종이와 휴지를 함부로 낭비하는 것은 진정한 도움이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돕는 것’이 진정 상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인지 살펴야 할 것이다. 구걸하는 사람이 굽실거리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내민다면 우리는 뻔뻔하다고 생각하고, 돈을 주었는데도 고마워하지 않는다면 화를 내게 된다. 이것은 내 선행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함이고, 내가 베풀었다는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지 진정 상대를 돕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을 도울 때는 그것이 상대를 해치는 일은 아닌지, 단순히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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