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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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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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류법인 교도의 모스크바의 창 5

러시아에는 “생선은 대가리부터 썩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회사에 취직해 러시아 사람들과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일처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때 그 원인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위에서 아무 지시를 내리지 않아서, 뭔가 보고를 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어서…, 같은 온갖 이유를 들이대면서 실무자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 그러면서 생선대가리 타령을 하는 것이다.


처음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간주하고 조용조용 일처리를 하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안 들어가도 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나 역시도 저 사람이 서류를 안 갖다 줘서, 윗선에서 아무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서…, 같은 말로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겠지만 시간대비 불어나는 비용은 결국 회사의 몫이 아니던가. 그래서 싸우기 시작했다. 멋모를 때는 당장 일처리를 안 해오는 하급직원과 대판 싸우고, 그 이유를 알게 되면서부터는 제때 업무지시를 안 내렸던 상급자에게 손해액을 통보하고, 그래도 안 되면 사장님께 이르고, 그래도 업무처리가 안되자 일이 제대로 굴러갈 때까지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이것은 나의 최대무기다).


이때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어쩔 수 없다고 앉아있던 하급직원은 상급자를 들들 볶아대기 시작했고, 상급자는 나보다 더 위라는 이유로 당장 급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나의 고유업무는 자금관리이기 때문에 내 할일을 할 뿐이다. 당신은 이익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주장해서 가져갔으니 손해에 대해서도 당연히 배상을 해야 한다. 나를 뽑아 월급을 주는 이유가 회사의 자금관리를 확실히 하라는 것 아니었느냐, 그것을 보장해주지 못하겠다면 나를 쫓아내라”고 버텼다.


그런 일은 단 두 번으로 족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아내기까지는 소란과 눈물을 포함해 6개월이 소요되었다. 싸우고 난 뒤엔 ‘ 내 돈도 아닌데 내가 미쳤지, 죽어라 해도 알아주지도 않는데 그냥 대충하는 척하다가 내버려둘까…’같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했던 원불교의 마음공부에서는 “잘 될 때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요구했다.


21세기가 10여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 세계는 전쟁과 기아, 경제위기와 실직, 자살로 아수라장이다. 잘 산다는 북반구부터 못산다는 남반구까지 어디 한군데 조용한 곳이 없다. 그리고 나오는 말들이 정치지도자가 잘못해서, 윗대가리들이 잘못해서, 우리는 힘이 없으니 당하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래,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그냥 욕이나 하고 앉아 있어야 된단 말인가. 비판과 불평, 넋두리와 울분을 터뜨릴 때 터뜨리더라도 아닌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고쳐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원인을 분석하고 자력을 키우고 상황을 정리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몫이다. 아래에서 열심히 자정작용을 하더라도 위에서 감당할 수 없는 구정물을 내보낸다면 둑을 막아 물길을 돌려야 한다. 더러운 물들끼리 고여 썩다 못해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말도 이젠 듣기 싫다. 똥이 좀 묻더라도 팔 걷어 부치고 치워내야 한다. 강력한 호스가 없으면, 빗자루로라도, 빗자루가 없으면 막대기로라도, 그것도 없으면 맨손으로라도 치워야 한다. 눈빛 까만 우리의 아이들이 걸어가야 할 길이기에.


그리고 새해에는 좀 배우고 익히자. 마음 편하게‘마음정리’만 하지 말고 왜 우리의 현실이, 왜 남북관계가 이렇게 흘러가는지 사회과학공부도 좀 하고, 경제학 공부도 좀 하고, 통과될 법안도 좀 들여다보는 공부 좀 하자. 그래서 깨어나 ‘대가리가 썩은 생선’은 내동댕이치는 우리들이 되면 정말 좋겠다. 잘 될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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