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는 교법 정신에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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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는 교법 정신에 어긋난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2.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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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상덕 교무, 원불교 인권위원회

최근의 몇몇 연쇄살인 사건을 계기로 사형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사형집행 주장이 행정부에 전달되는 등, 사형집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습니다. 1996년 말 이래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지 10년이 지나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진입한 한국의 사형집행 문제는 우리의 인권수준에 치명적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인권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훼손시킬 것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존중하고 행동하는 원불교인권위원회에서는 다음 3가지 이유 때문에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사형제도는 원불교 신앙에 어긋나며 교리적 인과법칙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종경 요훈품 12장 말씀에 「…살·도·음(殺盜淫)을 행한 악인이라도 마음만 한 번 돌리면 불보살이 될 수도 있지마는,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그 마음이 살아나기 전에는 어찌할 능력이 없나니라. 그러므로 불보살들은 모든 중생에게 큰 희망을 열어 주실 원력(願力)을 세우시고, 세세생생 끊임없이 노력하시나니라」고 하셨습니다.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임을 깨달은 원불교인들은 죽임의 반복과 단절의 삶과 역사를 용서와 상생의 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며, 사형이 범죄를 줄인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제 엠네스티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에 우즈베키스탄, 르완다, 필리핀, 그리스, 알바니아, 멕시코, 터키, 부탄과 같은 국가들이 법적으로 사형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현재 138개국이 법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사형 집행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에는 단지 24개 국가에서만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사형 제도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형벌일 뿐입니다. 사형집행 국가의 범죄율이 줄었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1998년 UN이 ‘사형제도와 살인률과의 관계 연구(2002년 업데이트)’를 통해 ‘사형제도의 존치 여부가 살인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지 오래입니다.


셋째, 국가에 의해 행해지는 오판은 누가 책임질 것입니까? 인혁당 사건의 사형집행의 오판과 그 가족들의 절규는 국가와 국민이 공동으로 지은 공업이 되었습니다. 1972년 9월 춘천경찰서 역전파출소장 딸을 강간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 동안 옥살이 후 무죄로 석방된 정원섭 목사의 이야기는 우리를 너무도 슬프게 합니다.


사형제도의 존치는 무릇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죽이지 말아야 하고, 나아가 성불의 가능성을 품은 생명을 말살하는 것은 일체중생 실유불성의 부처님 계율과 정신에도 반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들은 흉악범 한 사람을 사형시키는데 동의하기보다는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되었는가를 되물으며 내가 먼저 참회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일조해야 할 것입니다. 평등한 교육의 기회, 건전한 노동의 조건이 주어지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범죄 피해자 가족을 돕는 마음공부 프로그램, 그분들을 위한 재활교육과 의료 서비스 등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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