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키운 감나무
상태바
구치소에서 키운 감나무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3.19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 강해윤 교무의 교정교화이야기

원명 씨는 벌써 5년째 그곳에 있다. 그런 그가 지난 해 대각개교절을 맞이해 선물을 하나 전해 왔다. 작은 비닐 컵에 담겨진 가녀린 새싹을 법회시간에 들고 와 건네면서 아주 수줍은 소녀처럼 말했다.


“지난번에 주신 단감을 먹고 나서 그 씨앗을 키운 것입니다. 교무님과 봉사하시는 교도님들께 작은 선물 하나라도 하고 싶은데 이런 것 밖에 할 수 없네요.”


자세히 보니 그것은 감나무 묘목이었다. 그 전 해 가을에 지방 교당에 내려가 있는 교도가 보내준 단감을 구치소법회에 가져와 함께 나누어 먹었는데, 그 때 먹었던 단감씨 한 알을 겨울 내내 싹을 틔우고 창가에서 햇볕을 쪼이며 키워서 가져온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 한그루의 작은 식물을 소중하게 받아들고 와 은혜의집 앞마당에 심어 키우고 있다.


언제나 법회 시작과 끝이 되면 법신불을 향해 차가운 마룻바닥에 엎드려 4배를 올리는 그를 볼 때마다 초라한 수의에 쌓인 가녀린 어깨를 안아 일으켜 주고 싶을 만큼 마음 깊은 곳에서 연민의 정이 솟아난다.


긴 편지와 함께 자신의 영치금을 쪼개어 은혜의집에 헌공금을 보내기도 하였는데 비록 죄값을 치르느라 교도소의 담 안에 있지만 원불교를 통해서 분노에 쌓였던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고 대종사님의 교법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간청하기에 그의 호의를 받아들었다.


개인적인 사건에 관여하지 않는 원칙에 따라 그들이 무슨 죄목으로 들어와 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가 기가 막힌 인생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앞도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달려가다가 어느 날 털썩 넘어져 주저 앉아서 돌아보니 그곳이 캄캄한 교도소 담 안이라는 것을 알고 그 때서야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리며 회한의 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바로 이곳의 수용자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종교집회는 마치 한줄기 빛처럼 그들을 포근히 감싸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종교집회를 기다리다 우리들이 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환한 미소로 또는 박수를 치며 맞아준다. 그리고 법회 내내 이들은 반주에 맞추어 성가를 부르고 설법을 들으면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교도들과 함께 부르는 성가시간이다. 어느 교당의 법회 못지않은 훈훈한 분위기속에서 그들의 마음 깊은 곳을 울려주는 성가를 부르다보면 눈물을 흘리는 수용자들이 종종 보인다. 우리는 그들과 손을 잡을 수도 없고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도 없지만 서로가 감사와 인정을 담아 미소를 주고받으며 최상의 나눔을 실행하고 있다.


자신의 죄보다도 더 많은 세상의 모든 편견과 오해 때문에 늘 두려움 속에 있는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편견도 없는 법연으로써 법신불 앞에 나란히 함께 앉아 대종사님의 교법을 공부하는 원불교 법회는 우리 모두를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원불교는 서울구치소에서 벌써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법회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교구 봉공회에서 지원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교정위원 교도들로 교정교화봉사회를 결성하여 교리공부와 사형수 개인집회 및 여자사동과 남자사동에서 각각 법회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서울구치소에서는 원불교의 집회가 열리는 날로써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은혜의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