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 아마추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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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아마추어 같이!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4.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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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정행 교무, (본지 편집장)

정부가 지난 3월 30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국제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하게 반대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구와 인력을 축소하는 행정안전부의 직제개정령을 강행 처리했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회의에 당사자 자격으로 참석을 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지만 정부의 결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정부의 이같은 개정령이 확정됨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208명이던 정원을 164명으로 21.2%(44명) 감축하고 조직은 5본부 22팀 4소속 기관에서 1관 2국 11과 3소속기관으로 조직을 축소할 예정이다. 특히 조사업무를 담당했던 침해구제본부와 차별시정본부는 조사국의 4개과로 통폐합돼 인권위의 조사기능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제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령한 반대를 무릅쓰고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구와 인력 축소를 이처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까닭이 무엇일까? 정부는 인권위의 조직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어 기구와 인력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러한 정부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국가인권인원회 설치 이후 지난 8년간 인권위의 진정, 상담, 민원 등 각종 업무량이 열배 이상 증가한데 비해 인력은 고작 15% 밖에 충원되지 않았다고 하는 사실은 이같은 정부 측의 주장이 허구임을 잘 입증해 주는 실증적 자료이다. 오죽했으면 전 세계 인권단체들이 앞 다투어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을까?


사실 정부가 국가인권위의 축소라고 하는 위험한 카드를 꺼내 들게 된 것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시 ‘경찰 과잉진압으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결정을 국가인권위가 내리면서 부터라 할 수 있다. 이른 바 국가인권위가 정부의 입장과 대치되는 의견을 내놓음으로써 괘씸죄에 걸려들었다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같은 추측이 사실이라면 정말 사실이라면 현 정부는 아무런 철학도 없는 그야말로 무식한 아마추어일 뿐이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전체 진정사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국가인권위가 정부에 대한 쓴 소리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데 정부와 의견을 달리했다고 해서 기구와 인력 축소라니….


사실 국가인권위는 지난 8년간 인권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국가위상을 크게 높여 왔다. “한국 인권위는 세계 국가인권기구들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 제니퍼 린치 위원장의 평가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한국은 이런 평가를 기반으로 내년 조정위원회 의장국에 수임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우리는 경제, 환경, 인권, 평화 어느 하나도 물릴 수 없는 절대 절명의 시기에 처해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인권기구 축소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이사국으로서의 위신 하락은 물론 우리사회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가인권위 축소를 결정한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왜 그래, 아마추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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