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시작 알리는 징표로 주는 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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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시작 알리는 징표로 주는 염주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4.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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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강해윤 교무의 교정교화이야기

전화벨이 울리고 낯선 번호가 뜨면서“여보세요! 교무님, 저 아시겠어요?”하는 목소리가 전해 온다. 먼저 자신을 밝히지 못하는 것으로 봐서 분명 출소자인 것을 직감하고 근래에 출소한 사람들을 쭉 떠올려 그를 기억해 냈다.


‘저 나온 지 며칠 됐는데 교무님께 일찍 전화를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거든요’ OO씨가 출소 후 며칠간의 이야기를 쏟아 놓더니 전해 줄 것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해서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 갔다.


그가 내놓은 것은 ‘가석방’이라는 글씨가 찍힌 봉투. 그 안에는 181,100원이 들어 있었다. 그는 6년 동안의 수감 생활 중 4년간 재판을 진행하고 마지막 6개월간 근로 작업을 하고 받은 돈이라고 했다.


그가 구치소와 교도소를 오가며 6년의 세월을 지내는 동안 겪었던 많은 고통을 이야기 했다. 기업 경영을 하다가 잘못되어 길고 지루한 법정투쟁을 하면서 때로는 분노와 패배감에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치고 망가져 출소 후 바로 병원에 입원하였다고 한다.


그는 수감생활 동안 원불교 교전 사경을 몇 번씩하고 원불교 법회시간을 통해서 마음공부로 극심한 분노와 정신적 공황상태를 극복할 수 있었기에 노력의 대가를 전해주는 것이라며 공손한 절을 올리며 감사하다는 말을 수없이 했다.


그가 보낸 귀중한 성금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금으로 보내기로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는 지금 수감생활에서 얻은 병으로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참다운 인생의 길을 살아보겠다며 새롭게 시작하려는 제2의 인생을 병으로 시작해야 하는 그가 안쓰럽기만 하다.


구치소에 수감되는 순간 모든 수용자들이 한결같이 느끼는 것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다. 그들이 갖는 분노는 도저히 꺼지지 않는 불길로 수감생활 내내 그들 자신을 태운다. 그러다가 원불교 법회에서 마음을 바라보는 공부를 하게 되면 자신의 내면을 처음으로 바라보게 되고 마음에서 일어나 꺼지지 않는 불꽃을 느끼게 된다. 경계를 따라 요란하고 어리석고 그름이 생기는 것을 알게 되고, 항상 타인에 의해서 자신이 비참한 처지가 되었다고 원망하던 것에서 자신의 지난 날을 천천히 되돌아보면서 마음공부가 모든 공부의 근본이라는 대종사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게 된다.


매번 법회가 시작되면 ‘오늘 법회에 처음 나오신 분 손들어 보세요’하며 법회 시작 전에 우선 작은 염주 하나를 선물로 준다. 그래서 작은 염주알 속에 들어있는 대종사님을 만나게 하고 가만히 앉아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을 찾도록 도와준다. 그 뒤에 교전을 읽고 교전을 쓰면서 대종사님의 말씀을 따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때로는 그냥 선물 하나 받고 싶어서 손을 들기도 하지만 그들의 손목에 끼워진 염주가 이제 공부의 시작을 알리는 징표라는 느낌으로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구치소에는 원불교 교도를 찾아보기가 거의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호기심에 원불교 법회에 참석해 보다가 염주를 선물 받고 인연을 맺은 뒤에 마음공부를 하면서 그 깊이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거친 세상에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방향 없이 달려 가다보니 도착한 곳이 구치소라 한동안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눈물과 한숨으로 얼마간을 보낸다. 그러다 차츰 적응하게 되면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한다는 일념뿐이지만 자신의 뜻과는 맞지 않게 오랜 시간 재판을 하게 되거나 구속이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극도의 분노로 세상을 미워하게 되고 자신을 돕던 사람까지도 원망하게 된다.


이런 원망심으로 가득찬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신을 바라보게 할 것인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마음공부는 이곳에서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되고 있으며 그 효과도 매우 좋다. OO씨처럼 마음공부로 자신을 잘 다스린 사람들은 이송을 가면 편지를 하거나 출소 후에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들을 일반교당으로 곧바로 연결하기는 어려워서 은혜의집에서는 한 달에 한번씩이런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법회를 열고 있다.


은혜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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