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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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7.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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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비롯된 용어


-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 혹은 그러한 사회체계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가 섬뜩했던 시절도 있긴 있었다. 허나, 이제는 전신주, 코흘리개들에게 딱지 파는 초등학교 문방구에도 ‘감시카메라 있슴’이라 붙어있다. 사내 커플들, 이제 비상계단에서 뽀뽀도 못한다니, 이러니 출산율이 어떻게 높아지겠냐고요~


친구네 회사, 사장님 인상쓰는 사진 넣어 ‘사장이 지켜보고 있다 -_-+’라고 이쁘게 편집해 나눠줬다. 유머라 생각해도 자꾸 뒷목 땡긴단다. 자신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브라더’, 톰 크루즈 나오는 ‘마이너리티리포트’나 최근 ‘이글아이’의 배경이 바로 그의 세계다.


기름지고 탐욕스런 얼굴이 연상되는 빅브라더. 허나 그 얼굴이 바로 우리일 수도 있다. 한때 도로변을 카메라 전시장으로 만들었던 ‘카파라치’와 유통기한 지난 제품 적발하는 ‘수(수퍼마켓)파라치’에 이어 최고 이백만원 포상에 빛나는, 일명 ‘학(학원)파라치’제도가 시행된 것이다. 사교육 줄이겠다는 강력한 카드 그 의지는 알겠다만, 어째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여기는~ 불신(不信) 월드~♪♪’에 등 떠밀리는 기분이다.


세상이 어지럽다보면 정책들이 표류할 수 있다. 뭐, 누가 한 큐에 잘 하랬나. 온갖 시행착오 끝에 늘 좋은 결과만 나오진 않는다는 거, 다 안다. 그러나 이도저도 안된다고 내놓은 답이 국민들을 서로 헐뜯고 싸우는 것이라니. 불신과 탐욕을 이용해 국민 모두를 ‘전문 신고꾼’으로 만들어선 안되잖나.


음식점 잔반 재활용 하나 안하나 감시 들어갔단다. 검사관들 들이닥치는 거, 이건 괜찮다. 원래 국민 건강을 위해 그런 거 하는 사람들 아닌가. 허나 내 뒷자리 편집하는 언니가, 아랫집 학교 후배가, 어제 밥 먹었던 내 친구가 나를 감시하고 신고한다니, 이 얼마나 간담 서늘한가. 자꾸만 믿을 대상이 사라지는 세상. 언젠가 어린아이가 “내 꿈은 빅브라더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내 맘대로 하니까요” 할 수도 있다는 생각, 진짜 나 혼자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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