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와 법인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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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와 법인 정신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7.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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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정행 교무 , (본지 편집장)

2009년 대한민국은 크고 작은 죽음들에 의해 이끌려 가는 죽은 자가 산자를 지배하는 시대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일어난 용산 참사를 시작으로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이르기 까지 지금 우리 사회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의 연속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무속신앙을 국교로 가지고 있다면 대통령이 나서서 우환을 막기 위한 푸닥거리라도 한번은 해야할 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하고 있는 것은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희생자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시작이야 어찌되었든 용산 참사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농성현장에 무리하게 공권력을 투입함으로써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부는 만사를 제쳐놓고 유족들과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최소의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정부는 용산참사가 일어난지 6개월이 지나도록 사태해결을 위한 어떠한 양보나 대책도 마련해 놓고 있지않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죽은 자에 대해서는 설사 문제가 조금 있다고 하더라도 한없이 너그럽고 관대했다. 그런데 만 백성을 품에 안고 나가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유족들과 대화와 소통을 거부한 채 이처럼 영혼들의 마지막 가는 길마저 막고 있다는 게 슬프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긴 죽음의 행렬은 어쩌면 차마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희생자들의 원혼이 빚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태초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산자와 사자 사이엔 언제나 종교가 있어 떠나는 자와 남아있는 자를 위로해 왔다. 용산 참사 현장에도 다행히 오래 전부터 가톨릭 사제들이 머물며 희생자와 유가족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고있다.


용산참사 사고현장이 그대로 보존된 새카맣게 그을린 참혹한 주검들이 실려 나갔던 바로 그 건물에서, 매일 저녁 신부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경찰들의 강력한 보호(?) 아래 유족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해 왔다. 돈 없고 힘 없는 자들의 편에 서서 매일 미사를 올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통하여 짧은 시간 속에서 급격한 교세성장을 이뤄온 한국 가톨릭의 힘을 발견했다면 나의 잘못된 판단일까?




도무지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2009년도 이제 중반을 성큼 넘어섰다. 하지만 세상은 오히려 정리가 되기보다 더욱 혼란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그 속에서 불교는 4대강 개발 반대에, 가톨릭은 용산참사 해결에 전력하는 모양새다. 일찍이 소태산 대종사는 삼일 독립만세 소리를 ‘개벽을 알리는 상두소리’라며 제자들과 함께 창생을 위해 몸을 바칠 것을 다짐하는 법인기도를 하자고 이끄셨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 우리가 법신불 전에 올려야 할 법인기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물론 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당장 나의 몫은 아닐 듯 싶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진리를 구현하고 진리를 실천하기보단 양적 성장만을 내세워 종교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까지 외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법인기도가 새 시대 새 종교를 만드는 새운 동력으로 자리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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