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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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폭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1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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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 ‘열등감 폭발’의 줄임말


- 자신보다 뛰어난 상대방으로 인해 질투와 시기가 생길 때 사용하는 표현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한 패널의 말이 쾅 터져버렸다. 학교와 본명 ‘까고’ 나간 그 여대생, 미팅 걱정이나 하며 곱게 학교 다닐 것이지 괜히 방송 한번 나갔다가 하루아침에 ‘죽일X’ 됐다. 그 날 전반적으로 ‘같은 여자지만 쟤네가 쪽팔린’ 말들 많이 했다지만, 명품이나 데이트비용 문제에 비하면 남자의 작은 키에 ‘루저(loser:패배자, 실패자)’라는, ‘병X’ 급 단어를 거침없이 꽂아버린 것 아닌가.


남녀노소 대동단결 맹공하는 가운데, 소수 의견들이 등장한다. ‘솔직히 여자들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니까 그걸 정말로 말로 뱉은 게 잘못이란 거다. 이런 의견에는 당연히 (대부분 남자로 추정되는) 분노의 댓글들이 뒤따른다. ‘얼굴 못생기고 가슴도 작은 게’라고 유치뽕짝으로 나가면 답변도 같은 수준 맞춰주신다. ‘네 키는 백육십은 되냐? 열폭하고 있네’. 니가 안되니까 열등감으로 욕하고 악플다는 거라는 (가슴 뜨끔한) 얘기다.


여자는 외모적 열등감의 출구들이 어느 정도 허락된다. 이십센티 킬힐 위에서 뒤뚱뒤뚱, 작은 눈은 초강력 스모키 화장으로 커버. 눈 째고 코 높이는 성형도 여자들에게는 비교적 자유롭다. 그에 비하면 남자의 유일한 무기 키높이 구두, 이 얼마나 빈약하냔 말인가.


주변에서도 키 큰 여자는 ‘내가 크니까 큰 남자’, 키 작은 여자는 ‘내가 작으니까 큰 남자’라는 걸 본다. 이래저래 키 작은 남자들은 설 곳이 없다. 자기가 노력하는 만큼 키가 큰다면야 얼마나 좋겠나.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표현은 외모지상주의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외모나 조건들로 인해 상실되는 인간의 성품이나 개성 등을 떠올리게 한다. 어쨌거나 모든 대한민국 여성의 생각이라고 일반화 시키지도 말고 열폭 어쩌고 하면서 서로 분노 해대지 말자. 열등감 있는 얘기에 발끈 안하는 사람 있나, 뭐. 어디 외모 콤플렉스에 누구 하나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 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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