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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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보이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11.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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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내가 만난 어떤 소년 이야기를 해줄게. 지구 반대편 페루에는 마추픽추라는 공중도시가 있는데, 그 소년을 만난 건 바로 거기였어. 관광을 끝내고 산맥을 타고 다시 구불구불 내려오는데, 갑자기 개나리색 옷을 입은 소년이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거야. ‘굿~ 바이~’라고 외치면서 말야. 나도 열심히 손을 흔들었어. 그런데 말이야, 버스가 계속해서 안데스산맥을 굽이굽이 돌 때마다 이 소년이 나타나는 거야. 손을 커다랗게 흔들면서, 입을 커다랗게 벌린 채로 ‘굿~ 바이~’라고 외치던 그 소년. 가파른 경사라 차가 길게 도는 동안, 이 곳에서 나고 자란 이 소년은 지름길로 뛰어 오는 거지. 관광객들의 팁 몇 달러에 활짝 웃는, 숨이 차도록 뛰고 팔이 아프도록 굿바이를 외치는 소년, 바로 마추픽추의 ‘굿바이보이’야.


삶이 권태롭고 지루하다 했지? 어떡해야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물었지? 실은 나도 모르겠어. 모르지만 때때로 굿바이보이를 생각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있고, 또 너무나 다양한 삶이 있는 거잖아. 남들처럼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고, 때가 되면 결혼해서 애 낳고. 나인투파이브 근무하느라 창 너머 낙엽이 쌓여가든 첫눈이 오든 꼼짝없이 네모반듯 사무실에 갇혀있는 기계같은 삶. 그런 삶이 자연스럽고 마땅한 일인양 십수년의 교육과정 동안 세뇌되고 강요된 거지, 뭐. 결국 그 대단한 ‘생산성, 효율’ 덕분이지 않겠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싫어하는 것을 안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권이랬어. 너무나 쉽고 명쾌한 이 인권도 못 지키게 하는 세상. 하기 싫어도 해야하고,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어른’이란 이름. 그게 지금 너를 힘들게 하면서, 또한 나를 슬프게 해. 반세기 전과 달라진 거라곤 ‘희망이 사라진 것’ 뿐이라던 일간지 사설이 나를 숨막히게 하네. 그러고보니, 마추픽추의 굿바이보이, 내게는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억이지만, 있지, 혹시 그 굿바이소년도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그 치열한 뜀박질을 했던 걸까?


사진출처 : 야후 morningasa1017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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