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 냉면, 느릅 찐빵으로 탈북자 자활 자립
상태바
느릅 냉면, 느릅 찐빵으로 탈북자 자활 자립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11.27 0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기획 / 한국의 사회적 기업 15 - 백두식품

경기 김포시 통진읍 고정리의 ㈜백두식품 공장. 40여명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냉면 뽑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웰빙 냉면’으로 입 소문을 타고 있는 북한산 느릅으로 만든 냉면이다. 짙은 갈색의 먹음직스런 면발은 역시 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진국 육수와 함께 전국 식당의 손님 밥상에는 물론, 한 끼가 아쉬운 소외된 이웃들의 밥상에도 오른다.


2004년 이춘삼(38) 대표 등 탈북자 6명이 각각 1,000만원 남짓한 정착 지원금을 모아 첫 발을 뗀 이 회사는 불과 5년 만에 탈북자 11명을 포함 직원 42명에 연 매출 15억원을 웃도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사회 각계의 도움이 적지 않았는데, 이 회사는 그 은혜를 꾸준한 나눔 실천으로 되갚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 마포구청을 방문, 지역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2,500인 분의 냉면을 기증하기도 하였다.


회사초기 동지들은 귀순자협회 자활공동체에서 만나 사업 동지가 된 40~50대 탈북자 5명으로 1997~2000년 식량난 등으로 잇따라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했다.


느릅나무의 뿌리를 분말로 가공해 만드는 음식은 북한에선 귀한 손님이 찾아오거나 명절 때만 내놓는다고 한다. 재료를 손질하는데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성이 담긴 음식인데, 느릅은 담백한 맛에 소화도 잘 된다.


느릅을 전량 북한에서 들여오고, 육수도 14가지 재료를 혼합해 만드는 비법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음식 만들 줄만 알았지, 마케팅 등 사업에 문외한이다 보니 시련이 적지 않았다. 영업도 안 되는데 각종 세금 납부 독촉을 당하고, 하는 수 없이 채용한 전문 경영인은 회사공금을 빼돌려 잠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회사를 운영해 나가다 보니 도움의 손길도 잇따랐다. 2005년 실업극복국민재단 등에서 북한이탈자주민 자립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냉동 창고와 냉면 기계, 냉동 차량 등을 지원,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2007년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정을 받아 법인세 50% 감면, 1인당 인건비 83만원 지원 등 혜택을 받고 있다.


느릅냉면 하나로 시작한 사업은 느릅 찐빵, 느릅 차 등 느릅 제품군과 녹차 냉면, 칡 냉면 등으로 다양화했다. 느릅 냉면은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져 처음에는 “맛이 없다”고 외면하던 사람들이 깔끔하고 개운한 뒷맛에 끌려 하나 둘 다시 찾으면서 입 소문이 퍼졌다.


냉면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겨울철 대체 상품으로 개발한 느릅 찐빵도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다. 즉석에서 일일이 손으로 빚어서 쪄내는 찐빵은 김포지역 70여 곳 학교에 급식 메뉴로 공급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백두식품은 현재 3곳에 직영 냉면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전국 13곳의 대리점을 통해 식당에 냉면 제품들을 납품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자국으로 들어온 난민들이 자립하도록 돕는 비즈니스센터가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 중이다. 이미 한국에는 18,000명이 넘는 탈북자가 정착해 있고 앞으로도 수많은 탈북자가 들어올 예정이다. 자립과 자력을 통해 우리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윤법달(성동교당, 사)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