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는 '피댓줄'이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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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는 '피댓줄'이라 푼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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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양해관 교무의 재치문답 17

아마 열 살 무렵 설명절 떡방앗간의 추억인 듯싶다. 길게 늘어선 줄을 피해서였던가, 추우니 안으로 들라는 어머니의 살핌이었던가. 방앗간 안으로 들어서니 천정이 꽤도 높다. 원동기가 돌아가는 위쪽으로 큰 바퀴가 피댓줄에 걸려 위세 좋게 돌고 있고 그 큰 바퀴에 떡방아 찧는 작은 바퀴 셋이 좁은 피댓줄을 타고 힘을 얻어 자분자분 돌고 있다. 그 원운동에 따라 떡방아 쇠절구가 추켜들렸다 쿵, 다시들렸다 쿵 하면서 상하운동을 하면서 떡가루를 빻아낸다. 한 집 방아가 끝나면 아저씨는 잠시 그 떡방아 작은 바퀴의 피댓줄을 잠시 비키듯 떨구어내곤 기다린 다음 집 쌀을 절구통에 담고 다시 훌쩍 피댓줄을 걸어 쌀가루를 빻아내곤 한다. 그 씩씩함, 그 정연한 리듬감에 어깨를 들썩이며 신기해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피댓줄, 힘을 고스란히 전달하여 지치지 않는 힘으로 방아를 찧게 하는 피댓줄. 큰 바퀴와 하나되어 작은 바퀴가 씽씽 살아 돌게 하는 그 피댓줄의 기억을 되살려준 법문 - 한 큰 원상이 돌매 천만 작은 원상이 따라 도나니, 마치 원동기가 돌매 모든 작은 기계 바퀴가 따라 도는 것 같나니라.(원리편7장) 하신 말씀이 새로워 오늘은 원불교를 피댓줄이라 푼다.




세계의 모든 종교도 그 근본되는 원리는 본래 하나이나, 교문을 별립하여 오랫동안 제도와 방편을 달리하여 온 만큼 교파들 사이에 서로 융통을 보지 못한 일이 없지 아니하였나니, 이는 다 모든 종교와 종파의 근본 원리를 알지 못하는 소치라 이 어찌 제불 제성의 본의시리요, (교법의 총설) 하신다. 원불교는 제불제성의 본의인, 본래 하나인 그 근본 원리에 계합되게 피댓줄을 걸어 주신 주세경륜이다. 모든 종교의 교지(敎旨)도 이를 통합 활용하여 광대하고 원만한 종교의 신자가 되자 하신 정신개벽의 피댓줄이다. 열 사람의 법을 응하여 제일 좋은 법으로 믿을 것이요(솔성요론2조) 하신다. 열 법을 모두 응하라 하신다. 본의에, 경륜에 제대로 피댓줄을 걸라 하신다. 원불교는 제불제성 무량법훈의 피댓줄이요, 법신불 무한동력의 피댓줄이다. 그래서 원불교를 참 문명 새 역사의 ‘피댓줄’이라 푼다.




스승이 제자를 만나매 먼저 그의 신성을 보나니 공부인이 독실한 신심이 있으면 그 법이 건네고 공을 이룰 것이요, 신심이 없으면 그 법이 건네지 못하고 공을 이루지 못하나니라, (신성품1장) 하신다. 신심이 곧 신앙의 피댓줄이다. 사람의 마음은 지극히 미묘하여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진다 하였나니, 챙기지 아니하고 어찌 그 마음을 닦을 수 있으리요, (수행품1장) 하신다. 대종사께서 상시 훈련법으로 공부인의 정도를 따라 혹은 태조사를 하게 하시고 혹은 유무념을 대조케 하시고 혹은 일기를 대조케 하시니, 이것이 비록 명목은 다르나 모두 이 유념 하나를 공부케 하신 데 지나지 않나니라(경의편23장) 하신다. 유무념이 공부의 피댓줄이다. 사사불공이 당처권능불의 피댓줄이요, 일상수행이 그일 그일에 피댓줄이다. 신심이 공부심이 공심이 모두 무한동력을 타 쓰는 무량은(恩)의 피댓줄이다. 원불교는 피댓줄이라 푼다.




경계를 대할 때마다 공부할 때가 돌아온 것을 염두에 잊지 말고 항상 끌리고 안 끌리는 대중만 잡아갈지니라 하시며 이 지경에 이른즉 진대지(盡大地)가 일진 법계(一眞法界)로 화하여 시비선악과 염정제법(染淨諸法)이 다 제호의 일미(一味)를 이루리니 이것이 이른바 불이문(不二門)이라 생사 자유와 윤회 해탈과 정토 극락이 다 이 문으로부터 나오나니라, (무시선법) 하신다. 대중심 하나로 진리에 피댓줄을 걸어 일원의 위력을 얻고 일원의 체성에 합하자 하신다. 불이문(不二門)! 둘 아닌 경지! 하나로 생생약동하는 문·제불제성이 이구동음으로 이르신 도·모든 종교의 근본 원리는 본래 하나·이를 한 살 되게 돌리는 원불교는 정녕 무상무진의 피댓줄이다.




삼동윤리는 곧 앞으로 세계 인류가 크게 화합할 세 가지 대동(大同)의 관계를 밝힌 원리니, 장차 우리 인류가 모든 편견과 편착의 울에서 벗어나 한 큰 집안과 한 큰 권속과 한 큰살림을 이루고, 평화 안락한 하나의 세계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길 기본 강령이니라(도운34장) 하시니 원불교는 대동(大同)의 피댓줄이다. 원불교는 원불교 믿으라 하기보다 원만한 종교인이 되자 외치고 내 경륜을 따르라 하기 전에 제불제성의 본의를 따르자 하며 진리는 하나 인류는 한가족 세상은 한일터라 하며 모두를 하나되어 즐기는 한 둥근 큰 살림으로 뭇 성현이 다함께 강강술래 하게 하는 중성공회(衆聖公會)의 피댓줄이다. 그래서 원불교를 피댓줄이라 푼다.




망우청소년수련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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