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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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보다 중요한 것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3.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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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헬씨라이프, 해피라이프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 중 하나는 ‘제 체질이 뭐에요?’ 이다. ‘왜, 궁금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어떤 음식을 먹고 생활에서 뭘 조심해야할지 궁금해서…’라고 하신다. 체질을 감별하고 처방을 쓰는 나의 진료 방식 때문이겠지만 이 질문은 꼭 체질 처방을 쓰지 않더라도 한의사들이 많이 듣는 질문일 것이다. 이미 체질이라는 말은 이런 체질은 이렇게 생겼고, 몸은 어떻고, 찬 음식을 조심해야 하고, 성격은 어떻다는 말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어떻다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소음인이면 몸이 차다면서요? 라고 하는 이야기를 환자가 먼저 하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라고 이야기 한다. 진료를 할때는 체질을 감별하고 그에 따라 처방을 하면서 신경을 쓰지 말라니…. 환자들은 다소 어리둥절해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나는 체질 처방이 진료의 도구, 라고 이야기 한다. 내가 목포에서 서울에 간다고 할 때 비행기도 고속버스도 기차도 탈 수 있다. 아픈 사람을 치료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체질에 따라 처방을 하는 것은 ‘무엇을 타고’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누군가 아플 때, 그 아프게 된 원인과 기전 진행 양상을 체질이라는 도구로 예측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기차를 타고 갈 것인가 비행기를 타고 갈 것인가가 중요하기보다 얼마나 빨리, 안전하게 도착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소음인이라 몸이 차고 소양인이라 열이 많다든가 하는 구분은 의미가 없다. 사람은 건강하다면(정기가 강하다면 이라고 말한다) 몸이 아프게 될 만한 조건에서도(사기의 침범 이라고 말한다) 잘 버티고 아프지 않는다. 건강하다면 소음인이라도 소화기능도 좋고 무엇이든 먹어도 괜찮다. 하지만 건강이 깨지는 상태일 때, 이 사람이 찬물을 먹고 싶다고 할 때에도 사실은 뱃속엔 냉기가 가득 차 있어서 따뜻한 물을 먹어주는 것이 더 좋은 경우가, 소음인에게 더 많다는 것이다.


체질에 따른 치료라는 중국에서 전해온 한의학 말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신 이제마 선생님도 어떤 음식을 먹으라고 하시지는 않았다. 후학을 거치며 차츰 발전 및 발견하고 있는 단계이다. 그러나 이제마선생님이 강조하신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마음’,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어떤 체질인지 아는 것보다 우선한 것은 원만구족한 마음, 내 마음 씀씀이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다.


강 솔 한의학 박사(소나무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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