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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5.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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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 User. 사용자




얼리어답터 반대쪽 어디쯤에 있는 ‘기계치’를 말하며 전혀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약간의 긍지(?) 마저 느낀다. 훗, 기계 따위에 아등바등 할만큼 한가한 여자가 아니라규, 정도? 이 놈의 버스가 어디쯤 왔는지 핸드폰에 샤샥 뜬다는 ‘천사의 선물’ 서울버스어플 따위, (솔직히 궁금해 미칠 것 같지만) 흥, 버스는 언젠가는 오나니,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콧대높은 여자인 나에게, 전구도 기계랍시고 전주에 있는 남동생까지 불러서 바꾸는 내가, 이제는 지천에 널리고 널린 ‘아이폰’을 탐하다니, 오호, 통재라.


바르셀로나의 지금 날씨가 어떻고, 나는 지금 얼마나 길을 잃었고(?) 같은 기능들은 역시 그저 그랬다. 그런데 엊그제 교수님들과 모인 자리, 누군가 “아이폰은 쓴 사람들이 곧 마케터”라며 ‘그래서 굳이 광고를 안한다’는 그 말이, 왠지 다이어트 크림의 효능에 대해선 콧방귀 뀌다 ‘가슴에 바르면 작아지니 조심하세요’라는 말에 왠지 냅다 구매했다는 누군가처럼, 문득 너무나 믿을만하고 썩 괜찮은 제품이구나,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아, 이토록 가냘픈 여자의 마음이란.


생산자에게 최고의 목표가 바로 ‘사용자=입소문=광고효과’다. 써본 사람이 나서서 광고하고 또 설득하며 판매고를 올리는 것, 그야말로 상품시장의 ‘레전드’란 말씀. 아이폰 유저들이 비유저에게 “이거 진짜 좋아, 너는 이 아름다운 신세계 몰라서 어쩌니”라고 쯧쯧 혀를 차면 그걸로 (나같은 팔랑귀는) 냅다 지르거나, 적어도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다.


광주민주항쟁이 서른살을 맞은 올해, 관련한 큰 별들이 졌던 작년의 여파로 관심이 뜨거웠다. 열사로 기억하든 폭도로 기억하든 분명 역사적 한 획의 의미가 있던 그 날을 추모하는 열기 속에, 아니, ‘뭐 뜯어먹을게 있다고’ 그 노래 한 곡을 배제하셨답니까?


저항이고 반대고 이전에 실소부터 나오는 이 결정, 누가 봐도 ‘일러라 일러라 일본놈!’ 외치는 꼬마처럼 치사하고 옹졸하고 아니꼽다. 여전히 기억하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추모할 기본권마저 박탈한 이 나라, 숱한 죽음에 대해 묵념도 못하게 하는 이 나라, 이 슬픈 대한민국의 사용자로서, 5·18 민주항쟁의 30년, 이 나라의 유저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등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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