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강사들의 연수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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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강사들의 연수를 준비하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5.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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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진상 교무의 '우스리스크에 희망을'

블라디보스톡 한국어 교육원에서 연해주에 제2외국어를 한국어로 가르치는 학교의 교사들에게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관한 연수를 준비하잔다. 에구 이런, 내가 그 정도로 문화에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물러날 내가 아니지….


예전에 캠프교사들을 교육했던 것들을 기억해 내면서 준비한다. 순전히 우리 문화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생각해 보자, 전통매듭, 탁본, 한지공예, 한지뜨기, 황토염색, 종이점토공예, 종이접기 등등. 떡만들기도 했으면 하는데 어떤 떡이 의미가 있을까, 다 함께 만들어 보려면 찹쌀경단이나 송편이 좋을 것 같은데…, 송편이 의미가 있겠지~!!! 종이접기에는 우리 한복 접기 등을 넣어 보면 어떨까. 우리의 춤과 음악도 넣어야 하는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행이 춤은 영사관의 도움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오기로 했단다. 그런데 음악은??? 어쩔 수 없이 원광대에 연락을 했다. 흔쾌히 도와주신단다. 우리 음악을 특히 가야금과 해금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참 다행이다. 우리에겐 원광대학이 있어서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기초문화를 접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옷을 입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지난번 한국문화축제 때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나왔다. 물론 이곳에 준비된 옷들이 제대로 된 것보다는 재활용 옷들이 대부분이어서 볼품이 없기도 했지만 겉옷만 입는다. 이런…, 특히 여자 옷은 속옷을 잘 챙겨 입어야 한다. 속치마에 속바지까지, 그런데 옷을 입히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들까지도 그저 겉옷만 입히기에 급급하고 하물며 옷고름을 잘못 매어서는 고름의 고들이 하늘로 고개를 쳐들고 있고…. 에구, 그 이상한 모습들을 보면서 난 쫓아다니면서 하나하나 다시 고쳐주느라 바빴던 기억이 있다.


옷을 입히고 절하는 법을 가르치고 가장 중요한 어른에 대한 예절을 가르쳐야 하는데…, 하긴 지금 우리 한국의 모습도 이젠 어른을 공경하는 모습을 없어진지 오래인 것 같지만, 차라리 러시아인들의 예절은 참 공손한 것 같다. 어쨌든 관혼상제의 모습도 재현하고 싶은데 과연 잘 될지 모르겠다. 혹자는 전통의 관혼상제는 유교의 모습이라 하겠지만, 그래도 긴 시간 흘러온 우리의 문화이다. 다행이 차례상은 추석 프로그램에서 재현하기로 했으니 이번에는 결혼식 정도가 가능할 것 같다. 활옷에 가체까지 준비가 다 되어 있어 순서만 정리하면 될 것이다.


블리다보스톡과 우스리스크에서 동시에 진행하게 될 연해주 한국어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내가 준비하게 되는 것이 나로서는 영광이다. 그동안 청소년프로그램 속에서 나 역시 가장 한국적인 프로그램들이 경쟁력이 크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기에 틈틈이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공부하려 애썼던 것들이 이렇게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블라디보스톡 총 영사관에는 총영사를 비롯한 10명 정도의 영사들이 근무를 한다. 영사부인들에게도 전통매듭과 다양한 문화수업을 준비한다. 올해는 특히 9월 30일이 한러수교 20주년 기념일이다. 그때를 즈음하여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것이다. 추석날이 9월 22일에는 우스리스크에서 전래놀이 큰 잔치를 난장으로 펼친다. 내용 중에는 차례상도 차리고, 전통 결혼식도 이벤트로 치러질 것이다. 민요 배우기며 한복입고 사진 찍기 등등 참 다행이다. 내가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어서. 열심히 공부했던 것들을 이곳에서 이렇게 활용할 수 있어서.


블라디보스톡에 극동대학 동양학부 학장은 우리 문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이번 프로그램들을 지켜보려고 한단다. 걱정과 잘 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잠이 안 온다. 그저 법신불 사은님께 힘과 지혜를 주십사고 두 손 모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시도해 본다. 이것이야말로 실지불공 아니겠는가 말이다. 지금은 훗날을 위한 포석이겠지만, 이곳 연해주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내 욕심이 과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너무도 부족한 것이 많은 상황에서 난 힘겹기만 하다.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료들조차 내 손으로 하나하나 직접 구해야 하는 것조차 힘겹지만, 내 개인보다는 원불교 교무로서의 자리가 더 크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해낼 것이라고 다짐을 해 본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고 삶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늘 날 힘겹게 한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법당이며 내가 하는 일이 곧 대종사님의 일이라고 다짐해 본다.


(http://cafe.daum.net/200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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