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화약란 , -운문의 꽃으로 장엄한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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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화약란 , -운문의 꽃으로 장엄한 울타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6.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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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덕권 교도의 청한심성 38

어떤 납자가 운문 화상에게 물었습니다.


“청정법신이란 무엇입니까?” “꽃으로 장엄한 울타리니라.”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이에 화상은 이렇게 대답을 하였습니다. “황금색 털을 가진 사자니라.”


(擧. 僧問雲門 如何是淸淨法身. 門云 花藥蘭. 僧云 便恁ꠙ ꠓ去時如何. 門云 金毛獅子.)




화약란(花藥蘭)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른답니다. ‘모란과 작약을 심어놓고 대나무로 울타리를 친 것’이라는 설명도 있고, ‘변소를 둘러쳐 막은 꽃 울타리’란 설명도 있다고 합니다. 변소를 절에 가면 해우소(解憂所)라하고, 일반사회에서는 화장실이라고 합니다. 하여간 인간의 배설물을 받아내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냄새가 난다고 애써 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배설을 못하면 살 수가 없습니다. 요즈음엔 거의 전부 위생적인 수세식 화장실로 꾸며져 있어 별로 고역스러운 곳이 아니지만 옛날 재래식 변소는 참으로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이 변소를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꾸며 고통을 줄여보려고 화장실 앞에 예쁜 꽃들을 심어 울타리를 쳐놓았던 모양입니다.


필자는 여행을 즐겨하여 여러 나라들을 다녀보았습니다. 우리보다 후진국은 물론이고 선진국에서 조차 화장실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실을 비롯한 화장실문화야 말로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화장실 안에 백수의 왕인 황금빛 사자 같은 청정법신불이 들어가 큰일을 봅니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이 그 해우소 앞에 모란과 작약으로 울타리를 치고 그 꽃향기로 냄새를 중화시켜 청정법신불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면 아마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필자의 덕산재(德山齋) 거실에 얼마 전 전주의 문우(文友) 한 분이 올라와 미니정원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기화요초가 만발하고, 앙증맞은 분수가 솟아나오며, 오색무지개 빛 안개가 불두(佛頭)를 타고 흘러내려옵니다. 가히 환상적이죠. 모든 근심걱정 다 사라지고 광대 무량한 낙원이 펼쳐집니다. 비용 얼마 안들이고 천상선경에서 살 수 있는데 궁상맞게도 수 십 년간 그 무거운 화분들을 끌어안고 살았으니 참 필자가 미욱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법신불 사은님이고 우리 모두가 낱낱이 청정법신불 아님이 없습니다. 우리의 본래마음은 청정하여 번뇌 망상이 없습니다. 사심잡념, 사량계교(思量計較)도 없습니다. 온갖 더러움이 없는 천진무구(天眞無垢)한 본래 부처의 모습이 우리 인간입니다.


그러한 청정법신불이 사용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우리 스스로가 장엄을 안 하면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내 절 부처님을 내가 위하여야 남도 위한다고도 했습니다. 내 스스로가 황금 털을 가진 청정법신불로 여기지 않는데 아무도 나를 부처로 대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걸 깨닫는 것이 공부이고 수행입니다. 옛 선인이 말씀하시기를 ‘깨달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범이 산에 의지하고 사는 것과 같고, 세속의 안락과 지식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원숭이가 우리에 갇힌 것과 같다’하였습니다. 또 ‘불성(佛性)의 의미를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시절인연을 살펴보아야 하고 , 백번을 달구어 순금을 제련하고자 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장인(匠人)의 풀무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말씀해 보시라! 대기대용(大機大用)이 눈앞에 나타나는 사람은 무엇으로 시험해야 하는가? (垂示云 途中受用底 似虎ꠙ ꠗ山. 世諦流布底 如猿在檻. 欲知佛性義 當觀時節因緣. 欲ꠙ ꠙ百鍊精金 須是作家爐ꠙ ꠛ且道 大用現前底 將什ꠙ ꠚ試驗.)


그런데 옛 선사의 송(頌)에는 화약란으로 장엄한 울타리를 자랑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눈금은 저울대에 있지 그릇에는 없는 법입니다. 어리석게도 납자(納子)는 운문에게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되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공부인이라면 직접 그 황금빛 사자를 찾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공연히 내 안에 황금빛 사자인 청정법신불을 찾는 것은 게을리 하고 덕산재에 미니 정원을 만들어 자랑이나 하지 않았는지 두렵습니다.




여의도교당, 원불교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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