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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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향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7.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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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진상 교무의 '우스리스크에 희망을'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우스리스크에는 국악을 전공하는 원광대 학생들이 왔다. 블라디보스톡의 한국어교육원의 초청으로 가야금, 대금, 해금, 아쟁 그리고 판소리를 전공하는 다섯명의 여학생들이 먼 뱃길에 흔들리며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 사실 국악과 교수님께 부탁을 드렸지만 실제로 이렇게 흔쾌히 보내 주실 줄은 나도 정말 몰랐다.


처음 외국을 나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도착하자마자 아르촘이라는 작은 도시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박물관 개관기념과 아르세니예프, 그리고 우수리스크까지 크고 작은 공연들과 극동대학 내 한국학대학에 속해 있는 사물놀이패에게 각각의 악기 기초와 우리 민요를 가르쳤다. 특히 민요 배우기에서는 진도아리랑을 시도했는데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 이젠 진도아리랑을 저절로 부르는 경지가 되어 버렸다.


25현 가야금과 아쟁 그리고 대금의 합주로 연주되는 캐논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 역시 중학교 때 가야금 산조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난 가야금은 12현으로 정악용과 산조용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피아노 역할을 하는 25현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었다. 그런데 이번 연주에서 25현 가야금의 풍성한 음율이 모든 악기들의 반주를 하기도 하고 아주 멋진 솔로 연주도 가능한 최고의 악기였다.


대금 또한 어쩌면 그리도 맑은 소리로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던지 러시아곡 카츄사를 연주 할 때는 어떻게 5음뿐인 음계가 서양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지 참으로 신기했다. 아쟁은 우리나라 악기 중에서 가장 슬픈 소리를 내는 악기라는데 빠른 악보를 연주할 때는 차라리 흥겹기까지 했다.


해금 역시 두 줄의 현으로 어찌 그리 다양한 음계를 나타내는지, 이번 연주로 우리 악기들의 탁월함에 감탄을 했다. 판소리는 러시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노래라는 것은 아름답고 고운 소리로 부르는 것이 전부라 여겼을텐데 거칠고 무거운 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흘러나올 때 그들의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내가 설명하기가 부족했다.


이곳 연해주는 고려인들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러나 가난을 이겨야 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러시아 사회에서 살아야만 하는 어려움 속에서 우리의 전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되어 버렸고, 더욱이 가난한 조국은 그들에게 신경을 써 줄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저런 까닭으로 고려인들은 자신들이 한국인의 핏줄임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으로 살아가지도 않았다. 고려인들은 철저히 러시아인으로 살아가고 있고 이미 잊혀진 전통보다는 러시아 풍습에 젖어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핏줄인 그들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전통을 살려 주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진정한 전통을 보여주고 가르쳐 주는 일이다. 이젠 조금은 부유해진 우리가 그들의 뒤에서 마음껏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려인들에게 들려준 전통음악들은 조금은 어려운 것들 이어서 그들의 귀에 익은 러시아곡도 들려주었다. 이곳에 온 학생 중에 판소리를 전공하는 학생은 우리 교도로서 문화 사절단으로서의 역할을 정말 충분히 해 주었다.


해외교화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럽게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의 문화를 무기로 접근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곳 연해주는 기독교가 뿌리 깊게 자리한 곳으로 한국 교회에서도 많은 학생들을 초대해 봉사활동 등을 많이 한다.


그러나 사실 먼 이곳까지 와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그렇게 많지 않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일에는 투여할 수 없어서 페인트를 칠한다든지 청소를 한다든지 하는 일과 고아원 같은 시설을 방문하는 일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한다면 다양한 문화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번에는 블라디보스톡의 한국교육원의 초청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리고 가난한 내 주머니 덕분에 학생들이 여러모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데 최선을 다 했다. 다행이 학생들과 친해졌고 한국에 가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역시 우리에겐 원광대학이 있어서 참 좋다. 여러모로 활용될 수 있다면 다양한 방향의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 여겨본다.


(http://cafe.daum.net/200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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