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몇 살 때 보육시설에 보내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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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몇 살 때 보육시설에 보내는 것이 좋을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9.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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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거울 속의 거울 / 박세훈 교무 , (원불교상담연구회)

‘몇 살 때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것이 좋을까?’ 이 물음은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는 주제이기도 하고 지난 한 학기동안의 연구주제이기도 하였다. 또한 많은 집안의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실제적으로 자녀의 양육을 담당하고 계시는 어머님과 이 문제로 다툰 적이 종종 있었다. 이론중심적인 본인과 실제 경험으로 무장한 어머니 사이에서 이 문제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주제였다.


일반적으로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시기에 대해서는 세 가지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첫번째는 ‘아이가 발달적으로 보육시설에 갈 준비가 되었느냐’ 이며, 두번째는 엄마가 ‘언제부터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고 싶어하느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보육시설이 다양한 연령의 아이를 제대로 보살필 만큼 교사나 프로그램이 질적으로 우수하느냐’ 이다.


첫 번째 입장은 단계적 발달을 주장하는 이론에 근거하여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두 번째 입장은 어머니의 양육태도와 신념 그리고 경제적 여건 등과 관련하여 세 번째는 환경을 중요시하는 생태학적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발달이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보육시설 입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대부분의 발달 이론에서는 30개월~36개월 사이가 보육시설 입학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를 현장의 시각과 비교하기 위하여 주변의 보육시설 교사들에게 ‘몇 살 때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것이 좋은가?’라고 질문했을 때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이의 발달적인 측면만 생각한다면,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친구나 교사와 함께 있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때는 36개월 이후, 최소한 엄마와 떨어져서도 몇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때는 24개월 이후가 적당하다고 이야기 하여 주요 발달 이론에서 제시한 연령과 크게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장의 오랜 경험을 살려 ‘아이는 유치원에서 세상을 배운다’라는 책을 낸 보육 전문가 박상미는 아이들이 대소변 가리기가 다 능숙해진 뒤에, 그리고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은 경우라도 24개월 이전의 아이들은 90%정도가 다른 아이에게 관심이 없고, 관심이 있어도 좋은 분위기로 2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넘기기가 힘들다고 하여 최소한 24개월 이후에 보육시설에 보내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있었다.


언어 발달의 경우 일찍 보육시설 경험을 한 아이들이 말을 빨리 배우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말을 빨리 배우는 것 자체가 지능이나 사고력 발달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님을 대부분의 연구가 증명하고 있다. 옆집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말이 급격하게 늘어서 내 아이를 서둘러 보냈는데, 엄마와 떨어진다는 것 자체로 충격을 받아 말 배우기는 고사하고 다른 발달에도 일시적인 정체 현상이 오는 경우를 주변에서 본 적이 있다. 이는 아동의 발달과 상관없이 엄마의 불안감이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실례이다. 내 아이만 안 보내면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에 아직 준비가 안 된 아이를 억지로 떠밀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다.


‘몇 살 때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야 될까?’ 라는 연구문제 해결을 위해 다수의 이론을 살펴보면서 내린 결론중 하나는 아이의 특성을 충분히 관찰하여 아이가 준비가 되었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동 발달에 대한 다양한 이론은 내 아이가 보육시설에 갈 준비가 되었는지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참고서에 불과하다.


따라서 많은 발달이론과 보육 전문가가 제시한 적절한 입학 연령도 평균적인 아이들을 관찰해서 방향성을 제시한 참고서에 불과하다. 내 아이의 경우와는 다를 수 있는것이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이러한 참고서의 수치에 집착하고 주변 부모들의 이야기에 솔깃하여 정작 중요시해야 할 아동 자체의 특성에 대하여는 소홀한 경우가 종종 있다.


과거에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놓치는 일이 흔해서 ‘조기교육’이 강조되었지만 이제는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경쟁을 부추기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압력, 그리고 부모의 불안감과 욕심에서 벗어나 아이에 대한 관찰이 중심이 된 ‘적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는 불안감과 욕심에 가려 아이를 편안하게 바라보지 못하였던 나에게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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