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여성 우리말 말하기대회 / 마리암 바브나쉬빌리(그루지아)
상태바
결혼이민자여성 우리말 말하기대회 / 마리암 바브나쉬빌리(그루지아)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9.19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세 개의 언어, 두 개의 조국, 하나의 가족



오늘 저는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가족의 아내로서 살아가면서 겪었던 재미있는 세 개의 에피소드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저의 조국 그루지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제 조국의 진짜 이름은 ‘조지아 공화국’ 그냥 간단히 줄여서 ‘조지아’ 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그루지아’라고 부르는 이유는 조지아를 러시아식으로 발음한 것입니다.


한국으로 시집 온 다음 해 2009년 1월에 저는 새해 축하 카드와 선물을 그루지아에 계신 고모님에게 보내려고 우체국으로 갔습니다. 우체국 직원이 “어느 나라로 보내야 됩니까?” 라고 물어봐서 “ 예 ! 조오지아로 보냅니다.” 라고 대답을 했고 그래서 국제소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10일이 지나서 우체국 집배원이 “미국에서 소포가 왔습니다” 라고 소포를 가져 왔습니다. 아이고! 맙소사! 제가 보낸 소포가 조지아로 가지 않고 미국의 조지아 주로 갔다가 다시 한국의 주소로 되돌아 온 것입니다.


여러분! 진짜 억울합니다. 저의 조국 ‘조지아 공화국’은 ‘미국의 조지아 주’ 보다 무려 4,000년이나 역사가 오래 되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조지아라고 하면 백이면 백 모두 ‘미국 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둘째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가족은 남편과 저 그리고 우리 딸과 아들, 마지막으로 그루지아에서 오신 이모님까지 합하여 모두 5명입니다. 그런데 각자의 국적이 조금씩 복잡해 아들, 딸의 국적은 한국과 그루지아 모두인 이중 국적입니다. 그리고 집에서 남편과 대화를 할 때는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이모와 대화를 할 때는 그루지아 말로 대화를 합니다.


그런데 남편과 저 이모 3명이 함께 말을 할 때는 어떻게 하냐구요? 그때는 우리 집의 공용어인 러시아어로 대화를 합니다. 그 이유는 3명이 모두 유창한 러시아어를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부모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이모님과 대화를 할 때는 한국어-러시아어-그루지아 3가지 언어를 모두 동원해서 통역을 하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시부모님과 이모님은 서로 말은 안 통하지만 아주 신기하게도 우리 부부가 통역 할 이야기를 미리 정확하게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왜냐구요 ? 그들은 이미 텔레파시로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그루지아 사람이 한국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검사하는 일입니다.


저는 집 근처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일할 때 아주 엄격하게 검사를 해야 하는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성년자에게는 절대로 술과 담배를 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청소년들에게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어느 날 여학생이 담배를 사려다 거절을 당하고 투덜거리며… “아니! 한국 땅에서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주민등록증 검사를 받고, 우리나라가 많이 변했네 !”라고 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저는 내성적인 성격의 손님에게는 분명히 20살이 넘게 보이지만 일부러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를 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기억을 했다가 다음에 “홍길동 씨! 안녕 하세요 ?” 라고 먼저 인사를 하면 아주 깜짝 놀라서 눈이 500원 짜리 동전처럼 커집니다. 저는 그때가 정말 너무 재미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랍게 생각하는 말이 “우리”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입니다. 이제 우리 한국 사회도 조금 희거나 조금 검은 피부색도 우리의 피부색으로 받아 줘야 할 때입니다.


남편과 저 그리고 아이들이 모국어와 출생지가 다르더라도 우리는 항상 한 가족이고, 우리는 모두 한국 땅에서 사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