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상태바
엄마표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10.0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엄마표 토란탕과 홍어찜으로 포동포동 살오른 배 두드리며 TV를 켰더니, ‘고도비만은 가난을 먹고 자란다’를 하고 있었다. 지인 중에 오직 ‘몸무게’ 때문에 병역이 면제된 친구가 있는데, 걔가 ‘형님’ 할 고도비만자들이 나왔고, 대인기피라던가 우울증이 심각해지고 있었고, 그리고… 가난했다.


옛날에는 살집도 좀 있고 기름기도 좀 돌고 해야 부자같다며 좋아했댔다. 그런데 이제는 학력이 낮거나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비만확률이 더 높댄다. 햄버거피자통닭라면과 불규칙한 식사에 따른 폭식이 일등공신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바로 ‘영양은 많은데 열량은 적은’ 채소과일생선 등등이 ‘너무 비쌀’ 뿐 아니라, 조미료 안넣은 요리 해주기엔 요즘 엄마들, 일하느라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추석전날 아빠랑 남부시장에 갔다. ‘아빠 나 동태찌개!’라며 비교적 저렴한 동태를 고른 뒤 ‘후훗, 나 완전 초효녀’라며 팔랑거렸다. 전주하면, 생선국 하면 또 미나리 아닌가, 그래서 한단 집었더니 ‘오천원’이란다. 아, 이래서 누군가는 시금치 없는 잡채를 먹어야 했구나, 삼겹살에 상추를 곁들이는 게 아니라 상추쌈 심심할까봐 고기를 곁들인다는 거구나.


고교생 딸이 하도 떡볶이 순대만 먹길래 엄마는 모처럼 딸 간식 사러 나갔댄다. 백화점을 돌고 마트를 돌고 시장을 돌고, 그리고, 결국 집 앞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2인분씩’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 손맛의 균형있는 식사란게, 이미 중산층 이상이나 누리는 특권이 된 것이다.


아마도 괴로움을 토로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지구의 이상 기온과 4대강으로 인한 재배지 축소 및 토질 변화 등등이 특히 이 채소·과일값 폭등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뭐 진실이야 지나봐야 알겠다만, 여하튼 그 동안에도 가난한 아이들은 영양가 없이 열량만 높은 싸구려 음식으로 점점 뚱뚱해질 것이다. 아마도 그 아이들은, ‘토란탕’이나 ‘홍어찜’ 보다도 먼저 ‘엄마표’라는 단어를 잊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