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상태바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11.1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오정행 교무 , (본지 편집장)

가끔씩 여행이나 출장을 다니다 보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늘상 만날 수 있는 것이 거대한 도로공사 현장이다. 좁은 길은 더 넓히고 또 굽은 길을 반듯이 펴는 작업들인데, 아예 기존에 있는 길과는 별도로 새롭게 길을 내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요즘들어 이런 공사현장을 지나칠 때마다 이러다가 우리나라 전체가 도로로 뒤덮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설 때가 많다. 좁은 길이 넓어지고 굽은 길이 펴지고, 또 새 길이 들어설 때마다 우리의 생활도 그 만큼 빠르고 편리해지기야 할 터이지만 왠지 그를 빌미로 우리 삶에 있어 소중한 것들을 모두 빼앗기고 말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사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기 전 까지만 해도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옛길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소통의 길이었지만, 지금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길은 마을과 마을을 단절시키고 공동체를 해체하는 일이 더 많지 않은가? 더 이상 교통이 발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나절도 채 걸리지 않는 나라에서 몇 십 분을 단축할 목적으로 아름다운 산을 무너뜨리고 풍요로운 논과 밭을 메우면서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길을 내야만 하는 이유가 정말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정말 그럴리야 없겠지만 지금 우리는 도로를 내야지만 먹고 살 수 있는 특정인들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어김없이 새로운 길들을 자꾸 만들 수밖에 없는 블랙홀에 빠져 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아침 한 조간신문에 현 정부가 지역주민들과 지방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2년 인천만 조력발전소를 착공하기 위한 본격적 절차에 돌입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조력발전소가 세워지게 될 인천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강화갯벌이 있는 곳으로, 이곳에 조력발전소가 들어서게 되면 새만금 갯벌에 이어 또 하나의 주요갯벌이 우리나라 지도에서 영영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적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는 이 사업으로 사라지게 될 갯벌의 총면적은 대략 22.2㎢로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7.6배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하니 참, 생각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입안자들에게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습지보전을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에서 조차 필수적으로 보호하도록 한 이 중요한 강화갯벌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없이 개발논리만을 앞세워 이처럼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앞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특정한 세력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 분명할 것이라는 혼자만의 해석 밖에는 딱히 답을 찾을 수가 없다.


4대강 공사를 마치고 난 뒤 또 뭔가 새로운 일을 만들지 못하면 안되는 사람들이 이같은 조력발전소사업을 한다고 하는 것일 것이고, 한중간, 또는 한일 간 해저터널을 뚫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추측들…. 어쩌면 그들은 우리나라 온 국토가 도로로 뒤덮일 때까지, 우리나라 모든 섬이 육지로 연결되고, 모든 갯벌이 사라질 때까지 늘 새로운 사업구상을 내놓을게 분명하다.


사실 개발우선주의를 앞세워 급격하게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우선 당장 우리의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반대로 우리가 면면이 이어가야 할 소중한 전통가치들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무참히 파괴하는 쪽으로 이루어져 왔다. 덕분에 우리가 어린시절 겪어야 했던 가난이나 배고픔 같은 물질적인 어려움은 더 이상 물려주지 않아도 될 낡은 유산이 되었지만, 마을공동체나 가족공동체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전통적 가치들과 살아있는 생명들과 직접적 접촉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생명 존중에 대한 가치들은 이제 더 이상 물려줄래야 물려 줄 수 없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청소년들을 옥죄는 치열한 경쟁중심의 사회구조와 어린 청소년들을 유년시절부터 사치향락으로 끌어들이는 산업구조,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는 청소년 폭력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자살 등 이 모든 것들은 어찌보면 급격한 경제발전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필연적인 숙제들일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도 분명 중요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정말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 아닐까 싶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스승님의 말씀이 오늘따라 더욱 절실하게 다가 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