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코드로 희망을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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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코드로 희망을 낚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2.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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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평 / 소태산아카데미 강의집,



창덕궁 옆길을 걷다보면 맑은 기운이 어려 있는 집이 하나 있다. 덕을 감추고 있는 은덕문화원(隱德文化院)이다. 조촐하지만 단정하고 소박하지만 여유가 있는 집으로 언제나 다향이 담을 넘고 수행이 길을 여는 집이다. 이 집이 아름다운 까닭은 정갈함 속에 치열한 구도가 있고 여유로움 속에서도 뜨거운 배움의 열정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소태산아카데미>는 종교를 넘나들고 시민과 재가출가의 남녀노소가 동락하는 배움터로 원불교학을 체계적으로 조명하고 한국사회를 객관적으로 읽어내는 자리이다. 2008년 봄부터 이뤄진 다섯 차례의 강의를 후천개벽, 불법, 우리사회, 원불교 2세기의 희망을 주제로 엮은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미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미덕은 원불교학의 세상나들이이다. 원불교학의 학문 정립을 위해 애쓰고 있는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와 한국문화학과 교수 교무들이 출가가 아닌 재가 교도들이 중심이 된 자리에서 수십 년 마탁의 결과를 혼신으로 전한 것이다. 그 결과는 소태산을 우리만의 성자가 아닌 한국의 성자, 세계의 성자로 밝히고, 원불교를 세계의 종교로 전하기 위한 굵은 초석을 놓은 것이다.


둘째 미덕은 원불교의 내면보기이다. 우리가 우리를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낯설지만 열린 시각, 냉철하지만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아카데미에 함께 한 강사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한국사회의 열린 지성집단이다. 이들의 담론은 원불교 교법의 대사회화 뿐 아니라, 현재의 한국사회가 앓고 있는 아픔에도 충분한 약효가 있는 약재이고 처방이다. 한국사회가 이 책의 코드에 집중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미덕은 소통과 불공의 결과물이란 점이다. 원불교에 애정과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는 인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불공한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소산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원장의 책임을 맡고 있는 종타원 이선종 교무의 열린 안목이 자리 잡고 있고, 젊은 교무들이 그 역할을 이어받고 있는 점은 은덕문화원의 미래이자 원불교의 희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만을 읽어서는 강의 전반을 이해하고 내면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마도 ‘강의록’을 엮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별도로 강의를 담은 DVD를 제작한 것은 아닐는지. 본인도 아직 강의 DVD를 다 보진 못하고 일부만 시청하였다. 두어 강의를 시청하면서 채워지는 깊은 울림과 또 다른 과제에 대한 인식은 수행자인 내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자 화두였다.


이 책은 <소태산아카데미>의 첫 결과물임과 동시에 첫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 결과물을 정확히 이해하고 과제를 분명하게 인지했을 때 <소태산아카데미>의 비전이 확실해 질 것이다. 첫째, 강의록이 쉽게 쓰여 있기는 하지만 아직 여러 부분에서 거리감 또한 없지 않다. 강의 DVD와 함께 들으면 그 차이는 더욱 확연해 진다. 되도록 강의안보다 강의내용에 가까웠으면 싶다. 특히 로버트버스웰 교수의 글이 영문으로만 실린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둘째,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목소리도 담아냈으면 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 강의가 계속되면서 보완되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의도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노력을 지속했을 때 <소태산아카데미>의 변주가 한국사회를 울리고 세계에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독자인 우리에게도 과제가 있다. 일독을 통해 교법의 내면화뿐 아니라, 이웃들에게 전해줄 소명을 가져보자. 원불교 100년의 희망이 밝을 것이다. 아! 맛있는 책 한 권.




이이원(교무, 중앙중도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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