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공신'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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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공신'찾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2.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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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영진의 청년 개벽짓기 8

고2 마지막 모의고사. 수학 시험지에 18이라는 숫자를 힘없이 그려 넣던 한 여학생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것도 능력이다” 생의 최악의 점수와 포옹하던 그 날, 친구들의 위로를 받으며 그녀는, 시험지를 집어 던지고 거리를 배회한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10년 전의 내 모습이었다. 도대체 이 길고 지루한 시험을 왜 봐야하는지. ‘모의고사’의 사전적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그 무렵 한 과외 선생님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찍는다. 공부는 됐으니 신심이라도 살려 놓으라는 아버지의 특령을 받은 선생님은, 어떤 주술을 부렸기에 반항기 가득하던 한 여학생을 제 발로 ‘기숙사 학교 전학’이라는 용단을 내리게 만들었을까.


수없이 많은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해봐도 일시적 안정 뿐, 성적에 큰 변화는 없었다. 결국 변화의 시작은 ‘해야겠다’라는 나의 한 마음에서부터 출발했다. 당시 선생님은 개인의 이익이나 성적향상보다는 내 마음의 변화에 주력했고 그것이 진심이었기에 기적이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사교육 열풍으로 인한 교육 문제가 핵심 화두다. ‘방과 후 학교’ 등 여러 방책들을 내놓지만 공교육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여기서 원불교가, 또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물론 우리가 교육 정책 등 사회의 외적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교법을 가지고 ‘내적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학생들에게 마음 작용의 원리를 가르쳐 ‘해야겠다’는 발심을 내게 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불어주기만 하면 게임 끝. 방법은 학생 스스로 찾게 되어있다.


작년 3월 새삶회 청년 몇몇이서 ‘工神에게 배우는 학습 플랜 특강’이라는 주제로 정독 도서관에 들어가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엔 2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조촐하게 시작한 강의가 1년 만에 전국 고등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고 지금은 청소년국과 힘을 합쳐 ‘원 학습코칭’이라는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요즘 한 줄기 빛으로 떠오르는 ‘자기주도형학습’ 에 교법까지 첨부한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사회의 숨은 갈증해소제가 아닐까.


그 선생님 역시 나의 멘토였다. 내 자신을 변하게 하고 인생을 통째로 바뀌게 만들어준 그분께 보은하는 의미에서 나도 이 프로그램의 멘토로 참여 중이다. 그러나 마음을 바꾸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처음에는 실패도 하고 그만두고도 싶었지만 진심과 정성을 다하니 조금씩 학생들이 변화하는 게 보였다. 이 모든 마음을 10년 전에 선생님도 느끼셨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감사함이 배로 느껴진다.


그럼 그 선생님 지금 어디 갔냐고? 하하. 선생님 역시 이번에 멘토로 참여 한다신다. 잊지 못할 은인이라 눈물 머금고 회상할 겨를도 없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그분은 일원세계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계신다. 달라진 건 한 사람이 더 늘어났다는 것 뿐? 달리고, 달리고, 이러다 전 국민 마라톤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원남교당·새삶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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