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달
상태바
마음 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2.1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2

고요한 밤 홀로 앉아 이 마음을 관(觀)하올 제 / 분별주착(分別住着) 딸치 않고 무심적적(無心寂寂) 들어가니 / 적적요요(寂寂寥寥) 본연(本然)한데 일각심월(一角心月) 원명(圓明)하다 / 여보소 벗님네야 이 심월을 구경하소《심월송》



최근 일본 규슈지방에서 화산이 잇달아 폭발하며 연기가 하늘높이 솟구치는 모습이 뉴스에 나왔습니다. 화산이 폭발하는 이유는 땅속 깊은 곳에 마그마라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물질은 암석이 높은 열로 녹아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시대에 이렇게 산꼭대기에서 난데없이 엄청난 불덩이를 내뿜고 끝없는 연기가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면, 아마 신(神)이나 하늘의 노여움으로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 사물(事物)을 두고 그 이치(理致)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이렇게 큽니다. 땅속 깊은 곳에 뜨거운 마그마가 있듯이, 우리 안 깊은 곳에도 불보살이 지닌 것과 똑같은 게 있으니 그것은 ‘마음’입니다.



우리는 거의 매순간 경계[六境]의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계를 인식하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육식(六識)인데, 우리는 이 여섯 가지 식(識)으로써 모든 현상을 판별하고 그에 따라 갖가지로 대응하면서 삽니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사물[六境]에 대응하는 내 안의 어떤 ‘물건’을 나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쁠 땐 이 ‘물건’이 바깥의 좋은 것에 반응하여 기쁜 것이라고 생각하며, 또 화가 날 때는 이 ‘물건’이 내게 거슬리는 어떤 것에 반응하여 화가 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바깥의 어떤 사물이 내 안의 형체 없는 이 ‘물건’에 부딪쳐서 이것이 슬프거나 괴롭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처럼 희로애락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바깥경계에 대응하는 내 안의 한 ‘물건’을 곧 내 마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오해입니다. 위에서 말한 내 안의 그 ‘물건’은 여섯 가지 경계(六境)에 반응하는 나의 분별(分別)과 주착(住着)일뿐, 내가 가진 ‘마음’ 그 자체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의 마음은 대체 어떤 것인가? 바로 지극히 고요하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밝은 ‘참으로 텅 빈’ 몸체입니다. 우린 저마다 이것이 있어서 여섯 갈래[六識]로 작용을 할뿐만 아니라 경계에 대해 분별과 주착을 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본래대로 일체의 분별과 주착을 떠난 상태를 일러서 성인의 마음이며 부처의 경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수도인이 이러한 자기의 마음을 바르게 깨쳐서 참다운 경지를 얻는 것을 정산종사께서는 이렇게 설하신 바가 있습니다. 「안으로 버리고자 하되 버릴 수 없고, 잊고자 하되 잊을 수 없고, 숨기고자 하되 숨길 수 없다.」(법어 권도편 39장)


이는 고요한 가운데 두렷한 마음 달이 높이 솟아서 흩어지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수행하는 이가 이 경지를 얻지 못하였으면 기필코 얻도록 해야 하며, 만약 이미 얻었다면 언제 어디서든 한결같이 이 경지를 벗어나지 않도록 정진해야 하는 것으로, 이것을 일러서 ‘자성을 떠나지 않는 공부’라고 하는 것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