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같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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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같은 마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2.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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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3

* 대원경지 (大圓鏡智) : 맑고 큰 거울에 한 점의 티끌도 끼이지 않으면 우주의 삼라만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주는 것과 같이, 세상 만물을 있는 그대로 모자람 없이 비추어 주는 부처님의 밝고 큰 지혜.《원불교용어사전》



선가에서는 예로부터 우리의 마음을 여러 가지로 표현해왔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이해가 쉽고 또한 시각적(視覺的)인 표현이 있는데 다름 아닌 ‘거울 같은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즉, 거울은 우리의 본래마음[本性]과 아주 흡사하다는 뜻입니다.


가령 거울은 본래 자기 자신의 색깔이나 모양이 없이 그저 텅 비어있는데, 우리의 본래마음이라는 것이 바로 그와 같다는 것입니다. 선가에서는 이것을 공적(空寂)하다고 표현합니다. 또 거울은 스스로 어떤 것도 고집하지 않고 사물을 본디 그대로 밝고 두렷이 비추는데, 우리의 본래마음도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원명(圓明)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공적(空寂)과 원명(圓明)은 우리의 본성을 표현하는 두 가지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중에 공적함은 저 거울과 우리들이 지닌 본래마음의 바탕이라 해서 체(體)라고 하고, 원명(圓明)함은 거울과 우리 본래마음의 작용이라고 해서 용(用)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가정을 한 번 해봅시다. 만약 누군가가 이러한 거울 위에다 아름다운 그림 하나를 그려놓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그 거울은 그 순간부터 거울로서의 생명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거울은 바깥의 사물들을 더 이상 본래모습 그대로 비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이 세상에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이 있다고 해도 만약 이것이 거울 위에 그려져 있다면 그것은 거울의 특성을 더 좋게 하기는커녕, 되레 밝고 맑은 거울을 더럽히는 오점(汚點)이 될 뿐입니다.



마음이라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경계 앞에서 그 어떤 생각이나 분별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아무리 착하고 아름다운 생각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본래마음을 오염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눈앞에 있는 경계에 대해서 밝고 두렷한 자성(自性)의 지혜를 결코 내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티끌 하나 없는 텅 빈 거울이 모든 사물을 바르고 선명하게 비추이듯이, 우리의 마음도 그 어디에도 끌리지 않고 분별하는 생각이 없으면 사물이 있는 그대로의 지극한 모습으로 비쳐지게 됩니다. 예컨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山是山 水是水>라는 옛 선사의 말은 이렇게 텅 비고 두렷한 심경에서 나온 표현인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자리에서는 따로 시비를 가리거나 분별하지 않아도 눈앞의 경계에 대하여 저절로 고요하고 밝은 지혜가 나는 것이라,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의 법문이 바로 이렇게 마음을 쓰라는 가르침이며, 응용무념(應用無念)하라는 말씀도 이런 저런 생각이나 주착을 내지 말고 그저 아무런 조작이 없이 그 마음[智慧]을 쓰라는 가르침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지니고 사용하는 것이 바로 자성삼학[定慧戒]공부이며, 생활 속에서 나타내는 것이 곧 무시선(無時禪)수행입니다. 지금, 자기마음을 저 거울과 잘 비교해봅시다. 내 마음은 지금 어떠한 상태입니까?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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