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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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3.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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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7

「고국을 떠난 뒤 며칠이 지나면 타국에서 지인을 보기만 해도 반가워한다. 고국을 떠나 한 달이 지나면 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만 보아도 반가워한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면 자기 아는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만나도 반갑게 느껴진다. 그런데 인적이 드물고 황량한 곳에 가서 오랫동안 홀로 있으면 단지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반가워한다.」《장자》



「우리가 모두 일원의 전체 후손이니라. 앞으로는 종족이나 씨족의 구별을 특히 따지지 아니하고 세계 사람들이 다 한 집안 자손으로 지내리라.」《정산종사법어》 유촉편 30장



불보살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진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일체만물은 그 뿌리가 하나이며 온 우주가 한 덩어리 한 기운으로 이어져있다고 하면 쉽게 믿으려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저마다 따로따로라서 내가 아프다고 저 사람이 덩달아 아픈 것도 아니고, 저 사람이 즐겁다고 내가 똑같이 즐거운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의 이야기처럼, 사람이 자기 가족과 친지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전에 가깝게 느끼지 않았던 이웃도 가깝게 느껴지고, 오랫동안 인적이 끊어진 곳에서는 그저 사람의 인기척만으로도 반갑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주변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평소엔 그 친밀함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아주 멀리 떠나있을 때는 아무런 혈연이나 지연이 없는데도 마치 한 가족처럼 느껴지는 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타인에 대하여 자기 마음에 저절로 간격이 없어졌기 때문이며, 자타(自他)의 구분 속에 있다가 본래 가지고 있던 ‘분별시비 없는’ 자성(自性)으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때는 같은 인간뿐 아니라 짐승이나 곤충, 심지어 초목이나 무정물까지도 저절로 남이 아닌 느낌이 솟아나는데, 이른바 <둘 아닌>경지입니다. 이렇게 지극한 자리에선 만유가 모두 하나로 이어져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 동북대지진으로 세계각처에서 일본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우리국민들도 아픔을 나누고자 성금을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은 과거 일본이 우리민족에게 끼친 많은 해악을 지적하며, 지금의 재앙은 곧 인과응보이니 우리는 그들을 도울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모든 재난은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받고 있는 참혹한 고통을 보며 고소하게 여긴다면 이 또한 새로운 악업입니다. 미래 생에 혹 내가 어리석어 저 같은 화를 당하게 되었는데 누군가가 불쌍히 여기지 않고 되레 기뻐한다면 그 얼마나 참담한 일이겠습니까.


정산종사께서는 ‘진리도 하나, 만생령도 하나, 사업도 하나’라는 삼동윤리(三同倫理)의 법어를 내리시고, 앞으로는 사람들이 진리를 믿고 깨달아 세상 모두가 한 식구로 지낼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고요하고 텅 빈 자성의 빛으로 나와 이웃이 본래 한 뿌리임을 터득하고 이제라도 우리나라와 일본이 진정으로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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