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쭈~휘리릭..., 아가들아~ 밥 먹으렴"
상태바
"쭈쭈~휘리릭..., 아가들아~ 밥 먹으렴"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4.11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그나데프랑크 은혜의 프랑크푸르트!

우리 교당은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15분~20분 거리에 위치하고, 독일인이 생활하는 주거지역이 아닙니다. 주로 사무실이 많지요. 그나마 몇 가정이 살곤 있습니다. 교당 맞은편 집이나 옆집엔 노인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그들을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봄 햇살이 따스하게 비쳐주던 토요일 오후, 정원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앞 집 할머니에게 건너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의사소통이 부드럽진 않지만 단어를 하나씩 알려주기도 하고, 발음이 틀릴 경우는 다시 잡아주기도 하는 친절함. 지난 해 해바라기 씨앗을 얻어두었는데 언제 심어야 좋을지 물었더니, 요즘 햇살은 좋지만 아침저녁으로 추우니깐 조금 더 있다가 심으라고 합니다. 그러겠노라고 대답하며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을 구경합니다.


내 눈이 멈추어 서며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부추를 발견했거든요. 우리 교당의 텃밭에도 부추가 인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반가움에 독일인들도 부추를 먹는지 물어보니 샐러드용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 잎 떼어다가 손으로 보이지도 않는 흙먼지를 닦은 후 내미는 그 모습에 푸근한 할머니의 정이 느껴집니다.


맛을 봅니다. 약간의 매운 맛, 한국에서도 이것을 먹는다고 말하며 한국말로는 ‘부추’라고 한다고 알려주니, 그 할머니 따라하면서 웃습니다. “부~추, 어려워. 어려워” 우리 서로를 마주보며 한바탕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잠시 후 할머니는 현관 입구에 세워진 나무 우체통처럼 생긴 집 모양에서 씨앗을 꺼냅니다. 지렛대에는 소나무 가지들을 세워 두었습니다. 이래저래 살펴보니 마치 나무에 새 집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만들려고 노력한 모습이 엿보입니다.


그 안을 조심스레 들여다봅니다. 여러 가지 씨앗이 있습니다. ‘무엇일까? 정원에 심으려고 하는 것일까?’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하셨는지 할머니는 웃으며 설명을 하십니다. 새를 부르는 시늉을 하고, 날개 짓을 해보이며 새의 먹이라고 합니다.


교당에 있으면 새소리가 참으로 정겹습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여러 새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름 아닌 이 집 저 집에서 먹을 것을 준비한 은혜였습니다. 창문을 내다볼 때면 살포시 잔디밭에 내려앉아 무언가 부지런히 쪼아대는 그 모습이 평화롭고 예뻐서 ‘뭐라도 뿌려두어야 하려나 생각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먹이를 찾아먹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지’라고만 생각했던 나. 하지만 우리 동네의 노인부부는 먹거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함께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시장을 보며 혜원 교무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교무님, 여긴 새들을 위한 먹이거리도 참 많이 팔아요.” “새 모이인지 어떻게 알아?” 하고 답하며 함께 웃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옆집에는 사과나무에 조그만 그물주머니를 대롱대롱 달아두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옥수수 씨앗도, 해바라기 씨앗도 있었거든요. ‘이건 뭐지? 왜 달아두었을까?’ 그 물음에 답을 얻었습니다. 결국 그 그물주머니 속의 씨앗도 마당에 날아와 노래하는 새들을 위한 먹이를 넣어두었던 것, 모두가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훈훈한 모습입니다.


오늘도 그들에게 배움을 얻었습니다. 독일이란 나라, 독일 사람들~! 참 배울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들은 우리 법을 모르지만 그대로 실천하고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 그들의 생활문화를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가 즐겁습니다.


삶은 끊임없는 배움임을 또 다시 확인하며 새들에게 먹이를 나누는 그 정겨운 마음에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사은님, 오늘도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심에 감사하옵나이다.”


최원심 교무


프랑크푸르트 교당 이야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