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맺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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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맺은 인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5.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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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나데프랑크 은혜의 프랑크푸르트!

독일에서 산지도 어느새 1년이 지났습니다. 비자 만기일이 가까워 비자도 연장하고, 올해 부임한 혜원 교무의 비자 수속도 할 겸 관청에 다녀왔습니다. 첫 해 비자는 1년이었지만 연장 신청을 하니 다시 2년을 줍니다. 혜원 교무의 자동차면허증을 독일 면허증으로 바꾸려고 하니 4개월 후에나 가능하다고 하며 이것저것 준비할 것을 설명해주는 직원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해는 이것저것 필요없이 사진과 수수료만 준비하면 되었으니까요. 그 사이 외국인이 더 늘어난 것일까? 아니면 외국인들의 자동차 사고가 많아진 것일까? 궁금해 하며 물었더니 직원은 모른다고 합니다.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니 교당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네에 있는 오래된 성에 다녀가자고 했습니다. 오늘 하루 귀중한 시간을 내어준 세은 교도님께도 고마운 마음에 추억 만들기를 했습니다. 골목골목을 거닐며 두리번 두리번, 오래된 건물터나 벽에 붙은 역사이야기를 만납니다.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는 자상한 교도님 덕분에 공부를 많이 합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이제 교당으로 돌아가자며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독일인 아저씨가 유심히 우리를 쳐다봅니다. ‘저 아저씨가 왜 우리를 쳐다보실까?’ 생각하는데 그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빙긋이 웃었더니 아저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외국인 특유의 억양으로 “안~녕~하~세~요”하고 합장인사를 공손하게 하십니다. 아니 이게 웬 일이람! 놀라움과 반가움에 얼른 합장을 하며 우리들도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렇게 독일인 아저씨와의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아저씨는 옷이 독특하고, 한국 사람인 것 같아 자꾸만 쳐다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제히 물었습니다. “아니 한국말을 어떻게 아세요?” 원불교를 알리기 위해 언제나 적극적인 교도님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으십니다.


독일어로 오고가는 대화에서도 틈틈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한국어 통역까지. “이 분들은요, 원불교 교무님들이시구요”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아저씨는 한국을 4번이나 다녀왔다고 합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체육관을 다니는데, 함께 다녀왔노라고 합니다. 그리고 불교를 만났다고 이야기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은 지금 내가 머무는 이 곳에서 열심히 살자는 것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우리는 또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불교에 관심이 많아 책도 많이 본다고 합니다. 비행사인 그 아저씨,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알고 있음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교당에 오라는 초대의 말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김치를 좋아한다는 그 아저씨에게 교당에서 법회를 보면 함께 점심을 먹는 것은 물론 맛있는 김치가 있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서요.


‘서로의 눈빛으로 마음으로 느낀다’고 말하는 그 아저씨에게 전생에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 오늘이었나 보다고 말하니 웃으십니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불교를 좋아하는 그를 만나니 우리 모두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마침 차에 갖고 다니는 독일어판 ‘원불교 안내서’를 조심스럽게 건넸습니다. 불교에 관심이 있고, 책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드린다고 하니 참으로 공손하게 인사를 합니다. 여느 독일인의 악수와는 다릅니다. 두 손으로 악수를 하며 90도의 허리 굽힘, 심지어 합장인사까지 경건하게. 교당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우린 내내 그 아저씨와의 만남에 한참동안 설레임으로 들떠 있었습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이신 ‘곳곳이 부처님 일마다 불공,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선’을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새기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그 아저씨를 보며 또다시 공부심을 챙겨봅니다.


‘아~ 열심히 정진하고 적공해야겠구나.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스승님의 가르침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언어의 소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그 아저씨의 말처럼 가슴으로 만나고 눈빛과 작은 몸짓으로도 그 기운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까지 정진하고 적공해야겠구나.’


최원심 교무 / 프랑크푸르트 교당 이야기 http://cafe.daum.net/wonfrankfr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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