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과 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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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과 습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5.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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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14

그대가 반야경을 읽는다하나


반야는 경전에 있지 않다오


경전은 반야로부터 나왔으니


반야가 반야를 읽는구려.


君讀般若經 般若不在經


經出於般若 般若讀般若


《작자미상》



<금강경>은 대승불교의 핵심경전으로써 그 본래이름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이지요. 이 경전에는 부처님의 많은 법문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대의(大義)는 「상을 취하지 말라 不取於相」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의 맨 마지막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함이 있는 법은 /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고 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나니 / 마땅히 이와 같이 보아야하느니라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여기서 ‘함이 있는 법[有爲法]’이란 인(因)과 연(緣)에 따라 ‘만들어져 나타나는’ 모든 현상(사물이나 생각)을 말하지요. 이것들은 언젠간 스러지고 마는 것이니 모두 헛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와 반대인 것이 있겠지요. 이른바 ‘함이 없는 법[無爲法]’입니다. 이것은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서 생멸도 없고, 그 어디에도 비교하거나 비유할만한 것도 없으며,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는 진리의 실체, 즉 법신(法身)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이것은 ‘성품’ 혹은 ‘자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언제 볼 수 있나요? 마음이 활짝 깨어있으되 아무데도 머물지 않고[無住] 집착하지 않을 때[無着] 두렷이 나타납니다. 바로 이렇게 마음 쓰는 법을 금강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셨지요.


「마땅히 색(色)에 주하여 마음을 내지 말며, 마땅히 소리와 냄새와 맛과 부딪침과 법에 주하여 마음을 내지도 말고, 마땅히 주한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제10장, 14장)



위 말씀은 ‘텅 비고 두렷하며 올바른’ 우리의 자성삼학[定慧戒] 쓰는 법을 쉽게 일러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마음으로 온갖 집착과 분별을 내면서 ‘부처’다, ‘법’이다 하는 상(相)들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기 안의 참 지혜(공적영지, 반야)가 꽉 막히게 되니, 비록 글로 된 반야경은 읽을지라도 정작 자기 안의 참 반야는 모르겠지요. 이것은 그동안 불보살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에 힘쓰지 않고, 늘 허망한 욕심을 좇아 윤회전생(輪廻轉生)해 온 중생의 오랜 습관 탓입니다. 습(習)이란 게 참으로 무서운 것이지요.



고공 낙하 훈련 중에 한 훈련병이 겁에 질려있었다. 그러자 교관이 달랬다.


“무슨 일이 있거든 ‘부처님! 부처님!’하고 외쳐라. 그럼 반드시 살 수 있다.”


훈련병은 그제야 용기를 내서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낙하산 줄을 잡아당기는 것을 잊어버렸다.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던 그의 뇌리에 교관의 말이 떠올라, 그는 다급하게 외쳤다.


“부처님! 부처님!”


그러자 어디선가 손이 쑥 내려와서 그를 붙잡아주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가 중얼거렸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는 곧장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서양유머》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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