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강 범람과 '악마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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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강 범람과 '악마의 선택'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5.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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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울안 칼럼 / 오정행 교무 , (본지 편집장)

미국 중부 일대에 내린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세계에서 네 번째 큰 강으로 불리우는 미시시피강의 수위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결국 ‘악마의 선택’이 내려졌습니다. 루이지애나 주정부가 5월 14일 모간자 배수로 수문 125개 가운데 일부를 열어 물길을 바꾸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모간자 배수로 수문이 열린 것은 1973년 이후 38년 만의 일로, 범람하는 미시시피강의 물길을 남서쪽으로 틀어 동부에 위치한 인구밀집지역을 구하는 대신 서부에 위치한 소도시들을 희생시키는 특단의 조처였습니다.


현재 미시시피강 하류 동부에 위치해 있는 배턴루즈와 뉴올리언스는 인구 2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도시로 미국 정유시설의 12%가 이곳에 밀집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번 폭우로 원래 물길을 따라 강이 범람할 경우 수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미국 정유산업에 치명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처로 물줄기가 남서쪽을 향하면서 이들 대도시를 피해가는 대신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서부의 모건시티와 후마가 침수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건시티와 후마는 인구 2만 5천명 정도의 작은 소도시로, 이번 조치에 따라 서울의 약 20배(약 300만 에이커)에 달하는 경작지가 침수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강 하구 연안에 위치한 양식장의 피해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루이지애나 주정부의 이같은 선택은 대규모 인명피해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기는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명분 아래 소도시를 희생시키는 결정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을 듯 싶습니다.


실제 미국 언론들은 루이지애나 정부의 이같은 선택을 ‘악마의 선택’으로 규정하고 연일 뜨거운 논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한가의 문제는 우리 역사 속에서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27세에 하버드대학 최연소 교수가 되어 20년간 ‘정의’를 주제로 명 강의를 펼쳤던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란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제기한 핵심적 문제도 결국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은 어떤 것이 정의이고 또 어떤 것이 불의라고 곧장 답하기에 좀 곤란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당신이 의사라고 가정을 할 때 위급한 환자 여섯명이 병원에 실려 왔는데 그 중 1사람을 포기하면 5사람을 구할 수 있고 1사람을 구하면 5사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 하는 질문 앞에서 제가 봐도 누구든 딱히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루이지애나 주정부의 이번 선택을 두고 언론들이 ‘악마의 선택’으로 명명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당장 미국의 선택이 옳고 그르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미국은 19세기 말부터 댐이나 제방, 배수로 등을 건설하는 인위적 치수기법을 동원해 경작지와 주거지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습니다. 미시시피강 상류에만도 27대의 댐이 있는 것을 보면 미시시피강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조성된 댐이나 제방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 앞에선 언제든 이번과 같이 악마의 선택을 강요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우리가 다시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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