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두말후구 , - 암두 화상 최후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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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두말후구 , - 암두 화상 최후의 한마디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5.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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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덕권 교도의 청한심성

설봉의존 화상이 암자에 머물고 있을 때 어떤 수행자 두 사람이 찾아와 예배를 하려 했습니다. 이에 화상은 그들을 보고 암자 문을 열고 몸을 내밀면서 물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인고?” 그러자 수행자 역시 “그것이 무엇입니까?” 하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화상은 머리를 숙이고 암자로 되돌아 가버렸습니다.


뒷날 두 수행자가 암두 화상의 문하에 이르니 화상이 물었습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영남에서 왔습니다.” “설봉 화상에게는 다녀왔는가?” “다녀왔습니다.” “화상은 무슨 말을 하던가?” “그냥 머리를 숙이고 돌아갔습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일러주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구나. 만약 그때 일러주었더라면 천하 사람들이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여름 안거가 끝난 후 그 수행자들이 설봉화상의 일을 꺼내며 암두 화상에게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왜 진작 묻지 않았는가?” “감히 쉽게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랬습니다.” 그러자 암두는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설봉은 나와 함께 덕산 화상에게 배우고 깨달았지만 나와는 방법이 같지 않네. 최후의 한마디를 알고 싶다고? 바로 이것이네!”


말후일구(末後一句)란 ‘최후의 한마디’란 뜻입니다. 최후의 한마디는 언제 하는 것일까요? 아마 죽는 순간에 하는 것이 아닐 런지요? 사람이 가장 진실한 말을 할 때는 바로 죽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한 평생 살아가면서 한두 가지의 비밀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필자도 젊은 시절에 수도 없이 거짓말을 했고 사건도 많아 따라서 비밀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일원대도에 귀의한 후 이 비밀을 간직한 채로 신앙생활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비밀을 털어놓지 않고서는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인가요?


어쨌든 필자가 ‘고해성사’를 떠올렸습니다. 그렇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리 교무님에게 지나간 세월의 모든 악행과 비밀을 낱낱이 고백을 하면 죄도 용서 받고 마음의 속박에서도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라는 대단한 생각을 해낸 것입니다.


그로부터 한 일주일쯤 매일 교무님을 찾아뵙고 지난 날의 모든 악행과 비밀을 마치 고해성사 하듯이 낱낱이 고백하는 성사를 치룬 것입니다. 속이 다 후련했습니다. 비밀이 많은 사람은 가슴에 바윗덩어리를 올려놓은 듯 늘 답답합니다. 그 무거운 바윗돌을 걷어냈으니 얼마나 가슴이 시원했겠습니까?


정산종사법어 응기편 제 20장에 보면, 「무슨 방법으로 하여야 큰 공부를 하오리까?」하고 묻는 한 제자에게 답하시기를 「스승과 사이가 없어야 하나니라.」 또 묻기를 「사이가 없기로 하면 어떻게 하오리까.」 답하시기를 「신(信)만 돈독하면 자연 사이가 없나니라.」하셨습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인과일진대 교무님께 고백성사 한 번 했다고 필자의 죄가 다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엄청난 소득이 있었습니다. 우선 그 일을 계기로 죄만 짓던 주색잡기의 어두운 세계에서 알고는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 밝은 세계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교무님과의 사이를 허물고, 믿음이 돈독해져 큰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새들도 죽을 때에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죽는답니다. 그렇다고 죽는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선한 한마디를 해야 옳은 것일까요? 해가 떨어지기 전에 비밀을 고백하고 참회 반성을 통한 선업을 쌓아야만 마지막 남기고 갈 한마디가 부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한마디를 그대에게 말하노니/ 밝음과 어둠이 짝하는 시절이로다./ 같은 가지에서 나온 것은 다 알지만/ 방법이 다르니 정말 훌륭하도다./ 깜깜하게 모르는구나./ 석가와 달마도 살펴보아야 알 수 있네./ 남북과 동서로 돌아가서/ 한밤중에 바위를 덮은 눈이나 함께 보세.」 아! 그 말후일구(末後一句) 어떻게 쓰고 갈 것인가!



원불교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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