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기
상태바
띠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6.20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한달에 한번쯤이었을까. 하굣길 그의 실루엣이 어른대면 숨이 차도록 뜀박질을 했다. 이번에 못 보면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그. 아니면 운동회나 소풍까지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간절한 달콤함, 바로 ‘띠기 아저씨’였다.


뽑기, 똥과자, 쪽자, 달고나 등등 지역마다 이름도 다른, 허나 숟가락과 설탕과 소다만 있으면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얘들 줄줄 엮던 ‘그것’. 전주에서는 ‘띠기’라 했다.


급기야 추억을 더듬던 서른한살이 인근 초등학교 문방구를 찾아갔다. 아, 차라리 안 봤으면 좋았을 것을. 어쩌다 한번 오는 띠기 아저씨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 삭막한 세상엔 조잡한 ‘자판기’로 만드는 것이었다 … 털썩.


2백원을 넣으면 두 스푼 정도의 설탕이 나오며 불이 올라온다. 소다까지 휘휘 저어 마시마로나 피카츄 틀에 넣어 굳히면 사장님이 80점, 90점 점수를 준다. 공정하지 못한 심사는 고사하고, 마시마로라뉘! 피카츄라뉘! 자판기라뉘!!!!


언젠가는 띠기 아저씨와 막걸리 한잔을 나란히 나누고 싶었다. 엄마들은 질색하고 아이들은 열광하는 불량식품을 파는, 더듬더듬 일 찾아 떠도는 장돌뱅이 같은 인생. 허나 ‘잘 떼면 하나 더’ 될 듯 말 듯 어린 가슴 쥐락펴락하던 그 솜씨는 비율이며 시간, 불 조절 등등 아아, 그건 진짜 예술이었는데.


그나마 띠기 맛을 볼 수 있던 인사동 노점상이 연일 구청에게 부서지고 싹 다 깨지고 있다. 글쎄, 띠기며 호떡 파는 노점상들이 알고보면 부자라는 것, 허나 구청이 말한 곳은 인구가 없어 월 40만원도 안된다는 것 등등 의견 팽팽하다. 사실 걷기 불편한 것도 사실이고 그럼에도 특유의 매력이 지속됐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일단은 외국인들이 불편해한다 어쩐다하면서 대낮에 사람들 끌어내고 부수고 하는 건 좀 아니다 싶다. 달고나 자판기에선 나지 않는 ‘인간미’라는 맛이 그 오후를 애잔하게 만들었댔다. 노점상 뿐 아니라 인사동이 싹 다 밀린대도 사라지지 말아야할 것, 바로 인간미,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