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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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나그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7.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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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23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폭우가 쏟아져 나라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을 때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농사에 절실하고 식수원에 그토록 중요한 빗물이지만, 강물이 무섭게 불어나고 논밭과 도시가옥들을 침수시킬 때에는 되레 가뭄보다도 더 큰 피해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가뭄 끝은 있어도 홍수 끝은 없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소중한 비일지라도 알맞게 와야지 너무 많이 오면 삶터가 파괴되어 온통 쓸려 갑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 뿐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중생들은 의식주나 재색명리에 있어서나 좀 부족하다 싶으면 그것을 얻기 위해 평생토록 발버둥치지만, 막상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이에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더, 더, 하며 허덕이다가 어느덧 삶을 마감합니다.


어린아이가 많은 돈을 갖고 나가면 누군가에게 돈도 빼앗기고 되레 몸까지 다쳐서 돌아오기 쉽고, 삶의 지혜가 없는 사람에게 많은 돈이 생기면 결국 헛된 곳에다 돈을 다 쓰고 자기 몸까지도 망치는 수가 많습니다. 정신과 물질의 풍요도 마찬가지여서, 어느덧 지나쳐서 자기 분수에 넘치면 결국 자신에게 해를 불러들입니다.


마치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댐의 수문을 열어서 물을 방류하여 수위를 조절하듯이, 자기에게 복이 너무 지나치게 온다 싶으면 그것을 베풀어서 남을 이롭게 하여야 아무런 탈이 나지 않고 평안한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천지든 인간이든 진리에 맞는 삶은 새삼스레 다를 것도 없고 별로 특별하지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삼독(三毒)에 깊이 빠져있는 우리 중생의 삶은 그렇지 못합니다. 집이 튼튼하지 않으면 큰비에 천장이 새고 벽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참 지혜를 닦지 않고 오직 복만 바라는 사람의 마음은 어리석음과 탐욕이 지혜와 자비의 성품을 덮어서, 사치한 일상이 정상으로 보이고 평범한 의식주가 초라하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불생불멸과 인과보응>의 진리에 대한 철저한 믿음 위에서, 스스로 노력해서 짓지 않은 복은 바라지도 말고, 분수에 넘치는 복은 또한 지혜롭게 남을 위해 베풀어서, 진리를 속이려들지도 말고 또 불쌍하게 진리에 끌려 다니는 불자도 되지 않아야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은 본시 법신불일원상 그 자체로서, 텅 비어 고요하면서도 또한 두렷이 밝은 우리의 참 성품자리가 곧 허공법계이며, 진공묘유가 곧 우주와 나의 참된 모습이고, 인과(因果)의 근원이 다름 아닌 내 안에 있어서, 내 스스로가 불멸(不滅)의 주인공이며 내 스스로가 죄복(罪福)의 조물주입니다.


우리는 이생의 주인공이자 또 언젠가는 훌훌 털고 떠나갈 삶의 나그네입니다. 그러니 지금 복이 적다고 끝없이 절망할 일도 아니고, 복이 많다고 무한정 기뻐할 일도 아닙니다. 다만 복이 적으면 지금이라도 새로 복을 짓고, 복이 많으면 인과보응의 법칙을 좇아 깊이 저축하여, 댐에 물이 모자라면 채우고 너무 많으면 흘려보내듯이, 그렇게 사는 것이 수행인의 길이며 일원상과 둘 아닌 삶의 길일 것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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