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이 가르쳐 주신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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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이 가르쳐 주신 지혜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8.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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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울안칼럼 / 임선영 , (약대교당, 서울경기문인회장)

신행에서 돌아와 시부모 앞에 절을 올렸다. 당뇨 합병증으로 눈이 잘 안 보이시던 시아버님은 며느리의 첫절 올리는 흔적을 잡고 미소를 머금은 채 말씀을 내리셨다.


“아가! 앞으로 한 가정을 지키는 며느리로서 내 하는 말을 명심하거라.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 법이다. 나 이렇소 절대 자랑하지 말거라, 자기 값은 하늘이 이미 다 알고 있는 법, 그대로 받는 것이다. 소문내고 요란 떨지 말거라. 지킨대로 받는 것이다, 저축한대로 찾아 쓰는 것이다. 안 지키면 큰 복이 발이 있어서 걸어서 나간다. 살림이고, 공부고 돈이고.”


그리고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걸어서 나가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꼭 3분법을 지키거라. 나무도 안 보이는 뿌리가 튼튼해야 기둥도 튼실해지고 잎이 무성한 것이니라. 모든 처사가 이 나무 자라는 것과 어찌 다르겠느냐. 동산, 부동산, 현금의 재산 3분법을 어느 곳에서든 지키거라. 안 보이는 뿌리같은 부동산, 기둥과 같은 동산, 보이는 현금,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사회, 단체, 가정에서 이 부분을 실천하면 망하지 않느니라. 현금은 급한 유사시에 모든 것을 건지느니라.”


어렸던 나는 지혜와 지식을 겸비했던 아버님의 그 귀한 말씀을 그냥 듣지 않고 실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정말 가슴치는 말씀이다. 안 보이는 뿌리에 거름을 주고 제 때에 물을 주고 정성을 기울일 때 기둥은 튼실해지고 잎은 크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무럭무럭 자라서 유사시에 급히 대처하는 현금이 되리라. 모든 것이 부실하여 살려고 애쓰는 뿌리는 돌보지 않고 웃자란 잎만 무성한 나무는 어느 날인가 고사하고 말 것이다. 가정을 지켜가는데도 식구는 그 가정의 뿌리다.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그 뿌리를 돌보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겉치레에 눈을 돌려 살아가던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옆에서 보며 나는 가슴을 친다. 어느 곳에서든 기본이 있다.


그 기본을 착실히 지켜가는 사람이나, 단체나, 사회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 간단한 기본을 지키지 않았을 때 사고가 나고, 허물어지는 꼴을 우리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웃자란 나무처럼 소문만 무성하고 뿌리가 약하고 기둥이 부실한 것들은 언제인가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하여 언제 어느 곳에서든 작던, 크던 이 3분법을 잘 지켜가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육신은 가고 없어도 귀중한 말씀을 재산으로 주고 가신 시아버님의 말씀은 안보이는 재산 한 가정을 지키는 뿌리에 해당하리라. 나는 지금도 존경하며 어려울 때는 하늘을 보며 아버님과 대화를 한다. 그리고 일원의 신앙을 재산으로 물려주시고 가신 그 분의 밝음을 어둡게 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며, 가정과 지금 여기를 살아간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처한 그 곳에서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꿈과 같은 한 나무에 거름과 물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물은 누군가 주겠지, 거름도 알아서 하겠지, 하며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잎만 무성한 나무의 그늘을 이용하여 잠깐 잠깐씩 쉬고 가는 객이 된다면 그 나무의 잎은 어느 날인가 눈을 맞고 서있는 죽은 나목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 의자만 놓고 더위를 식히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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