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태바
코스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8.19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손님은 주식하세요?”


이건 뭐임미? ‘예술의 전당 어떻게 가나요? 아 그래요? 그런데 이제 보니 기운이 참 좋으네요. 조상님께 치성만 잘 드리면 님 인생 완전킹왕짱’도 아니고, 음… 바로 어제 귀가 택시, 반쯤 벗겨진 머리에 멋쟁이 멜빵, 기사님이 난데 없이 그러셨다. ‘손님은 주식하세요?’라고.


기사님은 말씀을 이어갔다. 요컨대, 손아랫동서에게 오백만원을 굴려달라 해서 몇 달동안 몇십만원씩 쏠쏠하게 챙겼다가 갑자기 뜸해지더니 얼마 안가 원금까지 싹 다 까먹었다는 ‘한집 건너 있을 법한 국민 사연’ 이었다. 그러다 돌발 발언 던지시는 기사님, ‘아직 천칠백은 안무너졌죠? 코스피 떨어지면 죽는다는 사람 많아져서 안되는데….’ 오마이가…아니, 오마이기사님, 오지랖도 다정함도 넘치시는 이 택시맨이시라뉘!!


주식, 물론 할 수 있다. 경영학과 나왔으면서 진짜 거래 한번 안해본 내가 더 이상할 정도다. 카지노 도박과는 엄연히 다르지만, 사실 둘 다 근처에도 안 가본 내게는 패가망신에 홈리스 폐인 양산하는 면에서 사실 그게 그거다. 숫자놀음 때문에 어린 자식 껴안고 높은 층에서 떨어지는가 하면 그깟 거 왜 시작해서 가족끼리 철천치 원수에 칼부림까지 난다. 이거야 말로 인간이 만든 문명에 인간이 잡아먹히는 꼴 아닌가.


내 것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떨어질 때를 대비하는 것. 바로 ‘주식의 자격’이다. 세계 경제따라 코스피 휘청이니 벼랑 끝에 선 사람들 늘어나는 속도에 벌써부터 숨 막힌다. 애시당초 주식을, 도박을 아예 없애지 못한다면, 사회나 예술이나 종교는 그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개개인의 현명함을 끌어내고, 그 비탄과 분노를 보듬어야 한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누구나 다 생활고’인 빡빡한 세상, 그래도 사는 것이 아름답다는 깨달음과 본성의 힘을,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세상에 들려줄 바로 그 이야기를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다정다정 열매 드신 그 택시기사님과 함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