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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8.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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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S여대에 입학해보니, 동기며 선배들 죄다 지0다노 치노바지에 노○카 점퍼, 루○스 백팩에 ○터K 워커까지(3개 이상 알아맞힌다면 당신은 삼십대!) 아주 교복을 입고 있었다. 갓 서울생활을 시작한 내게는 비싸기도 비쌌지만, 그보다도 의문스러웠다. 이제야 내 맘대로 입을 수 있는데, 대체 왜들 저러지?


명품쇼핑백이 인기다. 잘 보시라, ‘명품’ 아니고 ‘명품쇼핑백’ 즉, 명품을 샀을 때 담아주는 로고 박힌 종이가방 말이다. 샤○은 가로 61cm 세로 52cm 쇼핑백 한 장에 3만 5천원, 장식 리본끈 1만 5천원, 꽃장식 1만원, 해서 인터넷가 6만원으로 고객 모시고 있다. 에○메스는 구겨졌더라도 2만 5천원, 루이○통은 2만원에 팔린다. 짝퉁도 나섰다. 그니까 ‘명품쇼핑백’의 ‘짝퉁버전’이 몇천원에 판매중이란다. 헐.


누구에게나 남들과 다른 개성과 그것를 존중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머리털나면서부터 똑바로 줄 맞추기, 교복은 단정히. 조금만 튀면 날라리 문제아 아니면 부모님 모시고 와, 이렇게 초중고 보내다보니 ‘개성’은 그냥 도덕교과서 속의 문화재 치부했다. 그러니 성인되서도 남들과 다른, 시선 끌기 무서워 친구따라 강남가서 옷산다(?). SKY대학 졸업해 대기업 들어가 자가 아파트에 외제차. 그게 이 사회가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규격이며, 개성 따윈 소나 줘버린 모범생들은 그 규격 맞춰 제 다리까지도 자르고 있다. 그렇게 똑같이들 살다 보니 명품질만이 그나마 ‘나를 남들과 다르게 하는 것’이다. 나는 샤○급이야, 아님 이 쇼핑백을 봐, 오늘은 안들고 나왔지만(?) 나 집에 샤○백 있는 뇨자야.


튄다고, 눈에 띈다고 ‘옆집 전교일등’처럼 하고 다니라고 말자. 나쁜 짓은 혼내야하지만 튀는 짓은 궁디팡팡 칭찬해줘야 한다. 오히려 공부한답시고 ‘대한민국 공식 고딩복’ 노스○이스 검정 점퍼 사달라는 아이, 걔네들이 진짜 무섭고 암울한 얘들이다. 네 개성이 뭐니, 넌 꿈이 뭐니 라고 단 한번만 물어보자.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바로 자기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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