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방학, 짧은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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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방학, 짧은 방학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8.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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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27

「사람이 평소에 착 없는 공부를 많이 익히고 닦을지니 재·색·명리와 처자와 권속이며, 의·식·주 등에 착심이 많은 사람은 그것이 자기 앞에서 없어지면 그 괴로움과 근심이 보통에 비하여 훨씬 더 할 것이라, 곧 현실의 지옥 생활이며 죽어갈 때에도 또한 그 착심에 끌리어 자유를 얻지 못하고 죄업의 바다에 빠지게 되나니 어찌 조심할 바 아니리요.」 대종경 천도품 19장



하루 해는 누구에게나 다 똑같습니다. 일 없이 노는 사람이라 해서 하루가 더 긴 것도 아니며, 바쁘게 사는 사람이라 해서 하루가 짧은 것도 아니지요. 그런데 이런 저런 상황에 따라 우리는 종종 시간의 길이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를 테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릴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가고, 좋아하는 놀이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는 시간이 참 빠르게 갑니다.


시간이란 이처럼 사람의 마음상태에 따라 흘러가는 속도가 다릅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시계를 보면서 매순간 시간을 의식(意識)하고 있을수록 시간은 더디게 갑니다. 그리고 무언가에 빠져서 자기를 잊고 있을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갑니다.


탁자 위에 쌀을 한 줌 올려놓아 보세요. 그냥 보기에는 정말 조금밖에 안 되는 쌀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 쌀을 한 알, 한 알 세어보기로 하면 그 수효가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순간순간 깨어있어서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있으면 단 10분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수도인의 마음이 텅 비고 성성(惺惺)하여, 살아 숨 쉬는 자신을 느낄 수 있고, 자기 동작을 스스로 느낄 수 있으며, 그러면서 또한 주변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깨어 있으면’ 매 순간이 짧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이야말로 자신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시간입니다.


방학을 맞은 학생이 방학기간을 길다고 여기면 우선 놀기부터 합니다. 뭔가 할 일이 있다 해도 시간이 아주 많으니 나중에 하겠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방학이 짧다고 여기는 학생이라면 그저 마구 시간을 보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아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학이 되어 방학이 얼마나 빨리 지나갔는지를 돌아보면 저마다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위에서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우리에게‘평소에 착 없는 공부를 많이 익히고 닦으라’고 하셨습니다. 이 공부가 중요한 까닭은, 평소에 단련하지 않으면 우리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온갖 착심을 떼고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기가 극도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다음에 한가할 때’가 아니라 지금이 곧 그 수행을 할 때이며, 지금 그 자리가 바로 공부할 장소입니다. ‘마음’은 항상 나와 함께 있는 것이기에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고 수행할 것이 없습니다. 이러한 요지가 바로 무시선입니다.


학생들이 방학을 길게 쓸 수도 있고 짧게 쓸 수도 있듯이, 우리의 남은 생도 또한 그렇습니다. 나중에 ‘너무 짧았다’고 탄식할 사람은 지금도 무언가에 정신없이 집착한 삶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평소 깨어있는 삶, 성성적적(惺惺寂寂)한 수도인의 삶을 살았던 사람은 자기 삶이 너무 짧았다고 한탄하진 않을 것입니다. 지금 어디에 있든 수행은 하려고만 하면 바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공부는 누굴 위해서도 아니고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자기가 자기를 건지며, 기필코 진리와 함께하는 자신성업봉찬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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