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름다운 강을 어떻게 복원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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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름다운 강을 어떻게 복원한다는 말인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9.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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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서연 교무의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독일을 가다 2



지난 독일 견학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일의 하나는 하천 복원에 있어 세계적인 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 박사가 한국 강의 공사 전의 사진을 보고 “이미 이렇게 아름다운 강을 어떻게 복원한다는 말인가? 이 강은 많은 생명을 품고 있으며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기에, 즉 살아있기 때문에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데 살려내겠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고 했다. 준설과 보 공사로 황폐해진 강을 보고 그는 또 “이것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 너무나 처참하다. 도대체 왜 여러분들은 이걸 막아내지 못했는가?”라며 탄식을 거듭했다.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미어지고 우울해져서 그날 저녁은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4대강이란 보물을 어떻게 했는지에 세계 석학이 눈물짓고 통한의 한숨을 쉬는 것을 보며 너무나 부끄러웠다. 금강산의 주인으로 자긍심을 갖고 준비하라시던 소태산여래의 말씀 받들기가 참으로 송구스러웠다.


베른하르트 교수가 안내하는 대로 우리는 라인강 복원지역을 탐사했다. 라인강에 보를 설치하고 물을 가둔 후부터 100년 빈도로 발생하던 홍수가 10여년 단위로 발생하게 되자 독일에서는 강의 흐름을 변경하는 치수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은 강 유역에 쓸모없는 땅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생각하였던 범람원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깨닫고 ‘범람원 연구소’를 설치해서 사라져 버린 범람원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연구하고 있었다.


범람원은 홍수 시에는 물을 품으며 물의 흐름에 제동을 걸어서 강변의 침식을 감소시키고 퇴적물을 수용하고 있다가 비가 그치면 물이 서서히 빠져나가게 하고 지하수에 물을 공급하여 갈수기를 위한 대책을 자연 스스로 하게 하는 없어서는 안되는 은혜로운 존재임을 나는 독일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범람원이 복원되어야 강이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연적으로 범람원을 복원시키기 위해 독일은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었다.


범람원을 살려낸다는 것은 범람원의 자연생태계가 스스로 살아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강이 범람하는 것을 재해로 보는 것은 살아있는 강에 대해 잘 모를 때의 시각이고 몇 번의 재해를 당한 후에 범람을 자연의 당연한 반응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범람원에는 물에 잠겨도 생존이 가능하고 상당한 기간 동안 갈수기가 지속되어도 생존이 가능한 식생이 형성되게 마련인데, 이것을 인위적으로 식생하여 복원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으로 일부러 보조강을 두었고 이 강이 자연스럽게 범람하여 복원되도록 인내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하니까 큰 비용이나 무리한 공정을 도입하지 않고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강복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의 4대강 공사를 보면 그 공사과정도 너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데다 강변 정비를 하고 생태공원을 조성한다면서 과일나무 등을 심어 결국 모두 고사시키는 착오를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사례가 있는데, 이런 사례가 채택되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독일 경제 부흥을 일컫는 라인강의 기적은 라인강에 공사를 해서 얻어진 것이 아닌데도 많은 한국인들이 4대강에 공사를 해서 ‘잘 살아 보자’고 하는 것에 독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이미 버린 과거의 지식을 왜 21세기에 사용하는지 무척 안타까워했다. 독일에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호소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인들이여!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정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상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국민이라면, 나라를 걱정한다면, 정부가 하건 민간이 하건 모든 계획에 대하여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고 공정하게 검증한 후에 실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한국이 세계의 웃음거리로 유명해지고 싶습니까? 반도체를 비롯하여 높은 기술 수준을 갖고 있는 한국이 왜 이렇게 어리석은 길로 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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