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탐방 교당 정원이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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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방 교당 정원이 아름다운 이유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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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가 만난 평화 - 캄보디아 답사기 2 / 강혜경 사)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일찍 일어나 짐을 꾸리고 어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의 배웅을 받으며 프놈펜을 떠났다. 바탐방으로 가는 5시간 내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어마어마한 평야와 호수의 장대함에 살짝 숨이 막혔다. 쉬어가는 길에서 만난 캄보디아 사람들의 밝은 표정에서 선택받은 대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특유의 여유로움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캄보디아의 미래를 위해서는 개발이 필요하긴 하지만 급격한 경제 성장을 위해 생태 보전을 포기하는 제 3세계의 잘못된 개발 계획이 캄보디아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바탐방에 진입하고 얼마 가지 않아 큰 길 가에서 느닷없이 교당을 만났다. 전에 이곳에 오셨던 분들이 비포장도로를 한참 동안 울퉁불퉁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고 알려주신 기억이 나 여쭤봤더니 얼마 전에 길이 나 통행이 편해졌다고 하신다. 덕분에 교당 옆에 있는 무료구제병원에 오가는 환자들이 편하게 다녀갈 수 있게 됐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안이 훤히 보이는 담장을 넘어서자 무료구제병원과 한국어교실, 교당 건물이 보기 좋게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예쁜 꽃이 피어있는 나무, 커다란 바나나 나무, 각종 덩굴식물이 알맞게 자리를 잡은 정원이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교무님께 정원이 정말 예쁘다고 말씀드리니 수줍게 웃으시며 ‘매일 짬을 내 조금씩 가꾸고 있다’고 하신다. 무료구제병원에 오가는 환자들이 정원에서 쉬어가며 밝은 기운을 얻어가고, 한국어 교실과 태권도 교실에 오고가는 학생들도 기왕이면 깨끗하고 화사하게 잘 가꿔진 공간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시작하신 일이라는 말씀에, 아, 하고 마음속에 느낌표가 떴다. 꼭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의 마음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따뜻하게 어루만질 수 있는 세심한 배려를 몸과 마음에 익히는 것 또한 자원활동가가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탐방 현지 사정에 밝은 교무님들 덕분에 평화기행 때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무엇이 있는지, 주변에 연결할만한 기관이 있는지 등 자세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해가 지면 다닐 수 있는 곳이 적어 우선 내일 다시 만나 답사 일정에 도움을 받기로 하고 교당을 나섰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내일 오전에 돌아볼 근처 시장 지리를 미리 익혀두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8시가 넘은 시간이라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고, 꼬치구이와 빵 등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조금 모여 있었다. 낯선 외국 땅에서 어딘가 익숙한 시장 냄새를 맡으며 이따금씩 불어오는 더운 바람을 느끼고 서있자니, 영혼이 바람을 타고 살그머니 빠져나가는 듯 몽롱한 기분이 들면서 떠난 지 이틀밖에 안된 내 방 이불 냄새가 무섭게 그리워졌다.


시장 지리를 좀 익히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과일 가게에서 이것저것 골라 봉지 하나 가득 열대 과일을 샀는데, 5,500리엘 이란다. 원화로 1,500원이 안 되는 돈이다. 이름 모를 향긋한 알맹이를 하나 입에 물고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10시쯤 되자 바깥이 깜깜하고 조용해서 새벽 2시는 된 것 같았다. 왠지 우리에게만 시간이 4시간쯤 더 주어진 것 같은 여유를 느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 바탐방에서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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