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트라르트에서 천지의 도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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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트라르트에서 천지의 도를 배우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1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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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서연 교무의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독일을 가다 6

4대강 공사와 원자력발전으로 인한 재앙을 염려하는 마음과 해결책을 찾으려는 염원으로 갔던 독일 견학 중 우리는 슈트트가르트란 도시에 들렀다. 슈트트가르트는 독일의 남서부에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州의 州都로서 전기, 자동차, 기계, 맥주, 정밀기기 등의 제조업으로 유명하며 독일 6대도시 중의 하나라고 한다. 또한 출판이 활발하여 많은 인쇄소와 200개가 넘는 출판사가 있다고 하며 독일 최대 포도주 생산지의 하나라고도 한다.


이렇듯 ‘슈트트가르트’하면 벤츠, 포르셰, 보슈 등 유명 브랜드의 고향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산업 및 경제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생태도시, 녹색도시, 환경선진도시로도 유명하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공기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내륙 분지에 위치하면서도 슈트트가르트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여 이러한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공업도시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아주 쾌적한 도시였다.


슈트트가르트는 옛날에 자동차 엔진 등 산업기반 시설이 집중되어 있던 대도시였지만 2차 세계대전 때 거의 파괴되었다고 한다. 독일군의 저항을 막기 위해 연합군이 무기공장이 많았던 슈트트가르트를 집중 폭격하였기 때문인데, 연합군의 폭격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인공안개를 도시 전체에 뿜어서 폭격기가 목표지점을 쉽게 찾을 수 없게 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여러번 폭격을 견뎌내야 했는데 어느 날 아침에 한 공무원이 인공안개가 걷히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고 한다. 인공안개가, 보이지는 않지만 땅에 마련된 길을 따라 마치 강물이 흘러가듯이 빠져나가는 것을 관찰하였고 인공안개가 흘러가던 그 길을 기록하여 전쟁이 끝난 후 도시를 복구할 때, 이 길에는 건물을 짓지 말고 바람이 통하는 길로 남겨놓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 유명한 슈트트가르트의 바람길이 탄생되어 오늘 날 후손들은 세계적인 친환경생태도시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슈트트가르트는 혹심한 폭격으로 파괴되어 역사유적지라고 할 만한 것이 없지만, 전쟁폐허의 와중에 얻은 지혜를 활용한 결과, 분지에 위치한 산업도시가 겪는 대기오염을 해결하여 세계적인 모범이 되었고 이렇게 인정을 받으니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되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고 부러웠다.


인공안개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본 그 공무원에게 아마도 천지보은의 정신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밝고, 정성스럽고, 공정하고, 순리자연하고, 광대무량하고, 영원불멸하고, 길흉이 없고, 응용에 무념한 천지의 도를 체받아서, 천만사리를 걸림없이 아는 것이 천지보은이라고 하신 소태산여래의 말씀이 떠오른다.


전쟁으로 파괴되기 전까지 슈트트가르트 사람들은 산업시설이 뿜어내는 오염된 공기를 마시며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경제를 위해서는 환경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폐허가 되어가는 도시 안에서도 천지보은의 정신이 있었기에 천지가 알려주는 소중한 지혜를 놓치지 않았고 오늘 날 경제와 생태를 아우르며 발전하는 도시를 이룩할 수 있었다고 본다.


슈트트가르트의 바람길은 도심지역을 지나기도 하는데, 토목건설업자들은 그렇게 숲으로 놔두는 것을 비효율적이라고 하며 어떻게든 개발하여 이익을 얻으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환경에 대한 시민 의식이 살아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 막아오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 58년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정권을 잡아온 기민당이 지난 3월선거에서 패배하여 녹색당 주지사가 탄생된 것도, 원전폐기를 선언하고 탈핵의 선구자가 되기로 한 것도 독일 시민의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울안신문에 독일 소식을 전하는 최원심 교무님이 775호에서 전하는 것을 보면 공동체의 행복을 생각하는 독일 삶의 철학을 알 수 있다. ‘나’가 아닌 ‘우리’의 행복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기에 독일에서 오늘날의 번영이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4대강을 저렇듯 파괴시켜놓고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것과 원자력 발전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행복을 외면하고 천지가 주는 소중한 지혜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원불교외국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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