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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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11.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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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영진의 why? Diary -

기분 나쁜 묘한 아픔이 배를 찔러 새벽에 눈을 떴다. 이거 혹시… 암인가?? 본능적으로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이라면 질색인 나였는데, 태어나서 처음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진단은 난소내막종. 의사는 난소에 5.8cm나 되는 거대한 혹이 자라나고 있어 자칫 잘못하다간 터질 위험이 있으니 큰 병원에 가서 빨리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수술, 그래, 뭐 이런 저런 자잘한 수술 많이 받아 봤으니까, 받으면 되지.


큰 병원에 갔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개복을 하지 않고도 배에 작은 구멍을 낸 후 호스를 넣어 수술을 하는 ‘복강경’이 있다고 한다. 흉터도 잘 안 남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난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병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 6개월간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며 그 동안에는 갱년기 증상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약을 끊으면 바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 걱정할 필욘 없겠지.


병원은 따뜻했다. 그동안에 밀렸던 일들을‘병’이라는 핑계로 다 내려놓고 TV보고, 자고, 먹고, 자고 세상에 이런 낙원이 있나, 싶었지만 삐꺽삐꺽 링거를 끌고 다니는 초점 없는 환자들의 모습, 거울 속 헝클어진 내 모습까지 더해져 편안함 보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계속해서 마음을 엄습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밖에서 신나게 뛰어 다니던 나였는데….


쉴 새 없이 몸에 바늘이 뚫고 들어오고 알 수 없는 약물들이 혈관을 타고 내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수시로 의사와 간호사에게 몸 구석구석을 열어 보여야 했고 내 몸은 내 것이 아닌, 시키는 대로 엎고 뒤집는 하나의 고장난 물체 같았다. 점점 나는, 한 시라도 빨리 병원을 빠져 나가고 싶어졌다.


마음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봤지만 정작 몸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고 살았다. 조금 아프고 나면 괜찮겠지. 약으로 순간을 넘기고, 또 소프트웨어 보다는 하드웨어를 중시하는 우리 아닌가! 뚱뚱해 보이는 건 절대 안 되지, 꽉 끼는 스키니진과 한겨울에 미니스커트, 중심잡기도 힘든 높은 하이힐, 다이어트를 위한 끼니 거르기, 지끈지끈 스트레스까지.


도대체 나한테 왜?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동안 잘못된 습관들이 머릿속을 줄줄 스쳐 지나간다. 난 알면서도 모른 척 내 안에서 보내는 몸의 신호에 눈과 귀를 닫았다. 보여지는 면을 가꾸고 싶은 욕심이 몸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컸고 그런다 해도 별. 일. 없.을.줄. 알았기에. 질문에 대한 답들은 앞으로 ‘재발’을 방지하는 처방에 참고가 될 것이다. 잘못된 생활 습관과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병은 또다시 내 몸을 두드리고 들어와 주인처럼 자리를 틀고 앉을 것이다.


병실이 없어서 입원을 늦춰야 했을 정도로 요즘 병원은 호황기이다. 특히 부인과 병동은 입원난이 더욱 심했다. 나는 환자들 중 어린 편에 속했지만 요즘은 나처럼 젊은 층에서도 자궁경부암, 근종 등의 발병률이 높아져 입원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런 병이 생기는 걸까. 몸은 답을 알고 있다. 가끔 우리 몸이 하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자.


원남교당·새삶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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