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린 스트레스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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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린 스트레스를 받을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12.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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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최영진의 why Diary -

집 밖을 나왔다가 아차차! 핸드폰을 놓고 왔지. 다시 집에 들어가 핸드폰을 찾으러 전화를 걸어보면 메고 있던 가방에서 울려오는 익숙한 벨소리. 요즘은 그렇게 대여섯 번을 왔다 갔다 한 후에야 안심하고 집 밖을 빠져나온다. 잊지 않으려, 메모, 메모, 메모. 그러나 아무리 적어 놓아도 어딘가 모르게 새어나가는 구멍.


소띠는 일복이 터진다더니 날이 갈수록 맡은 책임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 머릿속은 늘 일에 대한 생각,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 생각이 너무 많다 보면 그 많은 생각들을 다 쥐고 있을 수가 없어서 뇌가 스스로 기억을 밖에다 던져 버리나보다.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김수현 작가의 신작 ‘천일의 약속’ 주인공 이서연은 알츠하이머다. 노인성 치매, 뇌가 점점 쪼그라들어 결국 모든 기억을 잃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병. 그녀는 3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치매 환자가 되었다. 가스 불을 켜고 외출을 하거나 날짜와 요일을 종종 잊거나, 핸드폰을 냉장고에 넣고 문을 닫기도 하고, ‘가위’라는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두 집게손가락으로 “이거, 이거” 하며 물건을 찾는 모습. 혹시 나도 몇 년 후에 저렇게 되지 않을까. 가끔 나도 말을 하다가 주제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생각 중에 갑자기 휴즈가 끊겨 멍하니 서 있기도 하니깐, 물론 쓸데없는 생각이겠지만.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근래 들어 30대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하니 주인공의 이야기를 꼭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병의 원인은 쉴 수 없는 뇌 때문. 과중한 스트레스와 긴장, 자극 등이 우리의 뇌를 점점 쪼그라들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지금 대학생들은 수험생마냥 공부를 하고 직장인들은 야근을 당연하게 여긴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질문을 던져도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하니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회 구조를 당장 바꾸는 것도 무리수, 그렇다고 모든 일을 다 놓고 도망갈 수는 없다. 적어도 내 스트레스의 원인을 파악해보니 생각과 생각의 틈에 ‘~한다.’라는 단어가 항상 끼워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일을 하는데.’ ‘왜 나만 이렇게 하지.’ 그 ‘~한다.’라는 어미 속에는 원망과 분노, 짜증 모든 감정들이 응축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요즘 선방에서 금강경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금강경에서는 온통 한 것이 한 것이 아니란다. 내가 잘했다고 말하면 잘 한 게 아니고, 뭐가 많다고 하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내가 웃는 것도 웃는 게 아니다. 모든 相을 여읜 텅 빈 자성자리, 그 안에는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도 없이 오직 일심이다. 일심으로 이 일을 하고 또 빠져나와 일심으로 저 일을 하다보면 굳이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일이 많다는 생각, 잘 해야 한다는 생각, 그 생각 생각들이 뭉쳐 분명 우리를 짓누르고 있을 거다.


가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지구 끝으로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이 그 끝으로 갈 수 없을 땐 금강경처럼 내 마음의 끝을 찾아가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 이 금강경만 잘 공부해도 현대인들의 많은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렵다 생각 말고 금강경에 한 번 빠져 보시길.


원남교당·새삶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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