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경계를 지내고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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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경계를 지내고 나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1.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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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울안 칼럼 / 노현성 교무 , (종로교당)

10년 전, 월드컵의 해 2002년 1월1일 새벽 3시 반에 영산에서 익산 총부까지 가는 동안의 잊지 못할 사건이 하나 있어서 기억을 되살려 봤습니다. 그 무렵 나는 몇 년째, 1월1일 신정절 새벽을 익산 총부에서, 종법사님 법문을 받들며 맞이하곤 했습니다. 영산선학대학교에 편입학을 하고도, 마음을 나누는 한 동지와 이런 작은 서원을 세웠었습니다. “내년 신정절 때도, 신년 새아침에 종법사님 법문을 생생하게 들으면서 시작하자고…”


사건이 있던 그 당시는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보통 1월 초순에 교무고시를 치르기 때문에, 총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영산의 졸업반 예비교무들은 새벽 기념식에 참석하기가 어려웠지요. 설상가상 그해 신정절에는, 함께 하기로 한 동지 할머님께서 열반하셔서 저와 함께 동행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혼자서 가야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계획대로 새벽에 일어나 목욕재계를 하고, 미리 빌려 놓은 차를 운전해서 익산총부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출발을 한지 얼마 안 되어서 기름이 아주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영광은 새벽에 주유소를 하지 않더군요. 더욱이 1월1일 새벽이라 ….


새로 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개통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주유소가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이대로 차가 멈추면 일이 복잡해지는데, 무엇보다도 총부에 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욱 조여 왔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으로만 헤매고 지옥을 만들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짧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래 청정한 마음으로 영주(靈呪)를 해야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천지기운과 하나가 되고 그 기운 받고자 하는 이 간절한 주문을 아마 수십 번을 했던 것 같습니다.


10여분 정도 지났을까요. 첫 휴게소가 몇 킬로 남았다는 이정표를 발견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 ‘저 휴게소 주유소가 과연 문을 열었을까?’ 더욱 간절히 영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휴게소는 보이고 주유소에 불이 환히 켜져 있었고, 휴~ 저는 안심을 하였습니다.


기름을 넣고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페달을 밟았지요. 순간 ‘그래 아까는 역경(逆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순경(順境)이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대종사께서, 순경을 당할 때에는 간사하고 망령된 곳으로 가지 않도록 심고와 기도를 올리라고 하신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간절한 감사의 심고를 통해 지금 누리는 마음의 안정과 여유가 다 달아나버리지 않도록 하늘과 나누고 땅과 나누었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계신 사은님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영주와 독경을 계속했습니다.


어느 새 총부에 다 와가고 나는 종법사님의 사자후 토하시는 모습을 떨리는 가슴으로 들을 수 있었지요. 아직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그 때 받은 기운이 제 가슴속에 남아있음이 느껴지네요. 저는 초심을 생각하면 이때를 항상 생각합니다. 정산종사께서는 ‘공부는 경계를 지내고나야 자신의 실력을 알 수 있으며, 없던 힘이 생겨나기도 하고 있던 힘이 더욱 강해지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응기편 25장)


나는 그 일을 겪으면서, 준비공부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반면에 역경과 순경의 경계 속에서 공부인답게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잘 활용하여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고, 위기 이후에 오는 순경에서도 법답게 절도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신년부터는 경계를 만나게 되면, 공부할 때가 돌아온 것을 잊지 말고, 경계 속에서 여러분의 공부 정도를 잘 점검해 보시고, 공부심을 키워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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