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 죽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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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 죽은 사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3.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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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53

새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입니다. 살갗에 닿는 느낌으론 겨울이 완전히 지난 건 아니지만, 3월 달력이 걸리면 우리는 어느새 봄이 다가와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겨울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뭔가를 시작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사시순환(四時循環)의 이치를 따라 만물은 이제 새로 시작할 채비를 하는데, 진리를 받들며 마음공부를 하는 우리는 어떻게 이 새 봄을 맞으면 좋을까요. 우선은 저마다 마음속에 새로운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을 꼭 이루겠다는 다짐을 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육신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죽은 사람이니… 악인(惡人)이라도 마음만 한 번 돌리면 불보살이 될 수도 있다.’(대종경 요훈품 12장)


‘마음에 발원(發願)이 없고 향상코자 노력함이 없는 이는 곧 살았으되 죽은 이니라.’(법어 법훈편 22장)


모름지기 사람에겐 반드시 희망이 있어야 합니다. 나에게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 조건들이 더러 부족하고 몸이 좀 피곤해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힘을 내게 되지요. 그래서 희망이 있는 사람은 어디선지 모르게 활력이 솟아납니다.


그럼 세속처럼 재색명리를 좇는 게 아닌, 마음공부를 하는 수행인에게는 어떤 희망들이 있을까요.


‘수도인이 구하는 바는, 마음을 알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자는 것이며, 생사의 원리를 알아서 생사를 초월하자는 것이며, 죄복의 이치를 알아서 죄복을 임의로 하자는 것이니라.’(대종경 요훈품 2장)


그렇습니다. 수행하는 이의 희망은 크게 말하면 완전한 삼대력을 갖춰 성불하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그보다 쉬운 표현으로 말하자면 역시 ‘마음의 자유’입니다. 이른바 중생의 괴로움은 일체 경계에 대한 ‘속박’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의 자유’를 얻는다는 것은 곧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해탈’을 뜻하며, 이것이 곧 부처를 이루는 것[成佛]입니다. 그리고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됨은 또한 생사를 해탈한다는 것이며 죄와 복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것이라, 위 법문에 담긴 말씀은 사실은 한 가지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수많은 희로애락의 속박에서 벗어나 마음의 자유를 얻자면, 과연 어떠한 공력을 들여야 할까요.


‘그대들이 만약 나고 죽음과 가고 머무름을 벗어야 자유롭기를 바란다면, 지금 바로 ‘이 말을 듣는’ 그것을 알도록 하라. 모양도 없고 뿌리도 없고 머무는 곳도 없이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며 수만 가지로 응용하지만, 그 쓰임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臨濟錄)


언 땅이 풀려서 세상엔 다시 봄이 시작될지라도, 사람이 마음에 희망을 품고 이를 이루고자하는 발원이 없으면 사실상 죽은 것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저 부처님이나 대종사님 같은 성인들도 옛적에는 우리나 다름없던 중생이었겠지요. 그래서 비록 경계에 휘둘려 속박을 당하고는 있지만 우린 모두 희망이 있습니다. 다만 각자가 원(願)을 세우고 그 원을 이루려는 노력이 지금부터라도 시작되어야겠지요.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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