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소통
상태바
자연과의 소통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4.19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내가 만난 평화 , (강혜경 사)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꽃샘추위라고 예쁘게 불러주기 애매하게 찬바람이 공격적으로 불어오던 긴 날들이 가고, 살랑살랑 따뜻한 봄바람에 꽃망울이 생글생글 피어오르는 기분 좋은 봄날이 왔다. 큰 잔 가득 따뜻한 꽃차를 담아 밖으로 산책을 나가면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햇빛이 찰랑찰랑 스며든다. 평화가 어디 따로 있을까.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살살 녹여주는 자연과의 따뜻한 소통만으로도 그 동안 부딪히고 멍들었던 마음의 상처들이 치유되어 감을 느낀다.


평화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수많은 관계 속에 형성되고, 따라서 나와 나의 내면, 친구, 가족, 사회, 자연, 우주와의 모든 관계 속에서 평화를 싹틔울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만, 시기적으로 마음 가는 곳에 따라 집중하게 되는 평화의 관계가 있다. 요즘은 개인적으로 나와 자연과의 평화로운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내가 주변 자연 환경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갈등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평화롭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매 순간 알고 느끼려는 노력이 없으면 무신경하게 지나쳐버리게 된다.


사람과 사람은 표정과 대화를 통해 소통하면서 관계를 만들어간다. 상대방의 기본 성격을 이해하고 표정을 통해 지금의 감정을 읽어내고 대화 속의 말들을 곰곰이 곱씹어서 잘 소통이 되면, 존중과 배려를 통해서 평화로운 관계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형성보다 훨씬 더 복잡 미묘한 것이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오히려 더 쉽고 단순하게 평화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은 한 쪽에서 배려를 해도 다른 한 쪽이 관계를 망쳐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콩 심은데 콩이 나는 자연과의 소통은 거짓이 없이 정직하고, 거울을 보듯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를 대할 때마다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따뜻함을 전하면, 조심스럽고 따뜻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런 관계가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배려와 공존, 따뜻한 마음을 배운다. 밟아 죽이고 꺾어버리는 잔인함으로 자연을 대해도 당장 나에게 돌아오는 물리적인 해는 없다. 하지만 잔인하게 엮인 관계는 내 안에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잔인한 마음을 남긴다.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대로를 거울처럼 비추어서 나에게로 돌려주는 스승, 그것이 자연이다. 표정과 말이 아닌 촉각과 느낌으로 자연과 교감하는 일은 감수성을 기르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말없이 마주 앉아 꽃 한 송이와 교감을 나눠 본 적이 있다면, 내가 숨 쉬는 곳의 바람과 공기, 내 발 아래 있는 흙 한 줌, 곁을 흐르는 물 한 줄기, 모닥불에서 튀어 오르는 불씨 하나와도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살아 있고 그렇지 않고, 말하고 못하고를 떠나 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은 그 만큼의 에너지를 나에게 돌려준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씨앗이 싹트고 새싹이 돋아나는, 꽃송이가 부끄럽게 얼굴을 내밀고 벌과 나비가 신이 나있는 생명력 넘치는 이 봄 날에,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자연으로 나가보자. 사랑하는 사람이 따뜻한 바람을 느끼며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예쁘게 핀 꽃 한 송이를 보며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평화 감수성을 함께 나눠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