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관계 회복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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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관계 회복의 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5.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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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내가 만난 평화 , (강혜경 사)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요맘때 나무들은 연둣빛 작은 새싹들이 바람에 살랑살랑해서, 햇빛이라도 받을라치면 그렇게 반짝반짝 예쁠 수가 없다. 사람도 꼬물꼬물 작은 아기일 때가 귀엽고, 동물도 강아지, 병아리일 때가 더 예쁜 것처럼, 나뭇잎들도 막 자라날 때 제일 사랑스러운 걸 보면, 새 생명에는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어머니도 자꾸 나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면, 지금보다 그 때가 더 좋으셨던 모양이다. 잘난 척 똑부러지게 구는 다 큰 딸보다, 어설프지만 열심히 걷다 넘어져 앙앙 울던 어린 딸이 손이 많이 가고 성가셔도 더 사랑스럽고 좋았단다. 잘난 척 안하고 귀엽게 굴테니 어린이날 선물을 달라고 했더니 얼른 시집가서 손자손녀나 낳아 데리고 오라신다. 어째 좀 섭섭한 기분이 든다.


생각해보면 어린이날은 엄청 신나는 날이었다. 엄마 아빠가 갑자기 열린 마음으로 그 동안 절대 안 사주던 소꿉놀이 세트를 품에 안겨주고, 미운 짓을 해도 방긋 웃는 얼굴로 너그럽게 받아주는 신기한 하루였다. 며칠 후 어버이날에 되도 않는 솜씨로 열심히 꽃을 만들어 가슴에 달아드리면, 삐죽빼죽 요상하게 생긴 종이꽃이어도 내 새끼가 달아준 거라고 주변에 자랑을 하시며 하루 종일 기분 좋게 달고 다니시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더 신기한건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예전처럼 사소한 일에도 툭탁툭탁 으르렁대는 가족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장난감 사달라고 떼를 쓰다 엉덩이를 맞고 눈물을 흘리며 내년 어린이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랐던 그 때는, 5월이 마법과 축제의 달이었다.


5월에는 달력에 빼곡할 정도로 무슨 날, 무슨 날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은 기본이고, 근로자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에, 석가탄신일, 5.18 민주화 운동처럼 기념하고 기려야 하는 날들도 있다. 입양의 날, 바다의 날처럼 익숙하지 않은 날들까지 하면 한 달 동안 스무 개가 넘는 날들이 있고, 지인들의 결혼식도 5월처럼 많을 때가 없다. 현금이 왕창 날아가서 통장에 구멍 날 걱정에 벌써부터 시달리다 보니, 그 좋은 봄날, 엄마들 얼굴에 왜 그렇게 수심이 가득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5월은 정녕 이토록 힘겨운 달이었던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걱정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5월을 다시 들여다보자. 내 일 챙기기에 바빠 서먹해지고 어그러졌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다면, 무슨 날임을 핑계 삼아 다시 한 번 챙기고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왕래가 적어 어색했던 친인척들과 정을 나누고, 은사님들을 찾아가 감사를 전하고, 늘 고락을 함께하는 배우자에게 진심으로 한 번 더 사랑을 전해보자. 조금 더 마음을 낸다면 인근의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가 따뜻함을 나눌 수도 있다. 꼭 무슨 날이 아니어도 서로 매일 행복할 수 있도록, 회복된 관계가 평화롭고 풍성하게 이어져 갈 수 있도록 요만큼만 더 신경 써 보자.


관계 회복은 알게 모르게 쌓인 내면의 불편함을 해소해서, 편안한 여유로움을 가져다준다. 5월을 관계 회복의 달로 정하고, 챙기고 싶은 사람들을 쭉 적어 내려가 보자. 내가 아닌 우리를 돌아봤을 때 더 커지는 나를 느끼는 따뜻한 5월을 만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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